착한 사람은 좋은 사람인가

by 은수달

"어릴 적부터 착하고 말을 잘 들었어. 동생들은 학원 보내면 얼마 못 다니고 그만뒀는데, 넌 오래 다녔지."


부모님 눈에 난 착하고 공부 잘하며 동생들을 잘 돌보는 모범생이었다. 그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난 좋은 사람이기는 해도 '만만한 사람'은 아니다.


'착하다'의 다른 말은 '선량하다, 선하다'이고, 영어로는 'good' 또는 'nice'이다. 다른 사람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선뜻 나서고, 불의를 모른 척하지 않으며, 친절함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선함'이 아닐까.


그런데 우리는 왜 착한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걸까. 그렇다면 좋은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 눈엔 별로지만, 저한텐 좋은 사람이에요."

"제 타입은 아니지만, 당신은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시대가 변하면서 좋은 사람에 대한 기준도 바뀐다. 요즘엔 돈 잘 벌고, 자신을 잘 챙기며, 주위에 호의를 베푸는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하지만 직장에서, 또는 친구들 사이에서 착한 사람은 호구가 되기 쉽다. 착하기 때문에, 거절을 못하기 때문에, 만만해 보인다는 이유로 책임을 떠넘기거나 함부로 대하기도 한다.


"일은 못하지만 착한 사람과 일은 잘하는데 자기중심적인 사람 중 누가 더 나을까요?"


한 때, 커뮤니티에서 유행처럼 번지던 질문이다. 굳이 꼽으라면 후자다. 일을 제대로 못해서 동료들한테 피해를 주는 것보단 이기적으로 보여도 맡은 일을 빈틈없이 해내는 사람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도 잘하면서 친절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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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훌륭한 태도-우리 자신과 친구에게는 정직하게, 적에게는 용감하게, 피정복자에게는 관대하고, 그리고 언제나 예의 바르게, 이것이 우리가 따라야 할 네 가지 주요한 미덕들이다.


-박찬국,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니체는 우리가 따라야 할 주요한 미덕들에 대해 언급한 적 있다. 자기 자신과 친구에게는 정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적에게는 용감하게 맞설 줄 알며, 언제나 예의를 지키려 노력하는 모습이 지금 시대에도 통하는 미덕이 아닐까.


자신의 타고난 성향을 무시한 채 좋은 사람이 되려고 억지로 애쓰는 것보단 자신의 부족한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선함이 깃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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