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화 이벤트를 싫어하는 여자

by 은수달

꽃선물 금지!

이벤트 금지!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상대한테 간곡하게 부탁한다. 꽃선물이나 이벤트는 제발 하지 말아 달라고.


"여자들은 대개 꽃이나 이벤트 좋아하지 않나요?"

"대부분은 그렇죠. 하지만 전 아니에요."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는 내겐 예쁜 쓰레기(?)에 가깝고, 드라마에 나올 법한 서프라이즈는 부담스럽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기념일 징크스 때문에 선물이나 이벤트 따윈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사귄 지 두 달 밖에 안 되었는데 성탄절 선물로 뭐가 좋을까요?]

[여친이 뭔가를 기대하고 있을 텐데 뭐라도 해야겠죠?]


선물이나 이벤트를 받는 당사자한테 물어보지 않고, 왜 커뮤니티에 고민처럼 털어놓는 걸까?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그러나 실망할 가능성이 높은)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은 걸까?



오래전,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하고 싶어서 직접 초콜릿을 만들어서 선물한 적이 있다. 그러나 상대의 표정이 떨떠름했고, 양이 적어서 그런가 보다 넘어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서운하다는 식으로 토로해서 당황했다.


"처음으로 받는 밸런타인데이 선물이라 나름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누구나 쉽게 살 수 있는 초콜릿 대신 좀 더 정성이 들어간 걸 주고 싶었어요. 바쁜 와중에 시간 내서 만든 건데..."


그러나, 상대가 원치 않는 선물이나 이벤트는 해주고도 욕먹을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다.


물론 하루라도 더 특별하게 보내거나 추억을 만들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연애'라는 관습에 얽매여 자신이 진심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남들이 다 그러니까, 연인 사이라면 의례히 챙겨주는 거니까.'라는 프레임에 갇혀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들이 해주는 이벤트 말고 스스로 기획한 이벤트를 해보고 싶다.


-브런치 연재글 1000회 이벤트

-출간도서 이벤트

-생일 기념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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