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 사랑 8화

8. 손만 잡았을 뿐인데

by 은수달


"소정 씨, 사실은 할 얘기가 있는데요."

"뭔데요?"

"제 말 오해하지 말고 편하게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대답 대신 그윽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껍데기 때문에 소정 씨랑 처음 마주쳤을 때 숨이 멎는 것 같았어요. 그동안 다른 여자들도 만나봤지만, 소정 씨 같은 분위기의 여자는 처음이었거든요."

"제 분위기가 어땠는데요?"


소정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음... 뭐랄까... 단아하면서도 특유의 카리스마와 반짝거리는 눈빛? 한 마디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어쨌든 소정 씨가 마음에 들었어요."

"아... 그랬군요."


어쩌면 이 순간을 그녀도 기다렸는지 모른다. 그러나 고백을 받았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당혹스러운 건 연애 경험이 아무리 많아도 마찬가지였다.


"실은 저도 기훈 씨랑 몇 번 만나면서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 거절의 의미는 아니고요."

그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그녀는 손사래를 치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렇지만 제가 좀 신중한 타입이라서요. 아무리 호감이 생겨도 상대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거나 신뢰감이 생겨야 시작해요."


"그럼 전 어떤가요? 호감인가요, 비호감인가요?"

그의 돌직구에 그녀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호감이니까 이렇게 같이 밥도 먹고 커피도 마셨겠죠."

"어쨌든 제가 싫지는 않다... 그래서 더 만나보고 싶다는 건가요?"

"우리 천천히 알아가요. 그리고 이렇게 용기 내줘서 고마워요. 요즘엔 애매하게 표현하거나 간 보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녀가 내뱉은 '우리'라는 단어에 그는 세상을 절반쯤 얻은 기분이 들었다.


카페에서 나온 그들은 오솔길을 천천히 걸었다.


'그녀와 손 잡고 싶다.'


이 문장만이 그의 머릿속을 차지했고, 그는 고백한 김에 좀 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슬며시 그녀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는 잠자코 있었다. 그래서 그는 손에 좀 더 힘을 주며 그녀의 온기를 자신의 손안에 가두었다.


손만 잡았을 뿐인데,

심장이 미친 듯이 펄럭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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