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몇 시쯤 볼까요?]
금요일 오후 5시 20분경. 소정은 그에게 톡을 보냈다. 다음 날 저녁에 만나기로 했는데 아직 구체적인 시간이랑 장소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시간쯤 흘렀을까. 귀가해서 씻고 저녁을 다 먹을 때까지 그에게선 답장이 없었다.
'바쁜 건가? 아님 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추측 따윈 잘하지 않지만 이렇게 답장이 느린 적은 처음이라 당황했다. 집안을 정리하고 음악을 들으며 잠시 주위를 돌리려 애썼다. 하지만 9시가 넘어서도 연락이 없자 그녀의 손가락은 통화버튼을 누를지 말지 고민에 빠졌다. 하나 둘 셋. 일단 걸어보자.
"어, 소정 씨."
"밖이에요?"
"네, 팀원들이랑 회식 중이었어요."
"아까 톡 보냈는데 답이 없어서요."
그녀는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
"아, 미안해요. 급하게 오느라 확인을 못했어요."
"알았어요. 회식 잘하고 나중에 연락 줘요."
고백은 타이밍이다. 진리인 줄 알면서도 그놈의 타이밍을 잡지 못해 우는 사람들이 많다.
"너무 섣불리 고백하면 차이고, 너무 망설이면 딴 놈한테 가버릴까 봐 두렵고..."
"그러니까 분위기를 잘 살펴야죠. 상대의 말보단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실수할 가능성이 적어요."
"어떤 행동?"
"대화할 때 상대방이 얼마나 호응이 있는지, 톡은 빨리 답하는지, 내게 얼마나 관심 있는지 등등."
기훈의 하소연에 여자 후배가 조언을 해주었다.
"그래서 언제 고백할 거예요?"
"글쎄. 거창한 건 싫다고 했는데... 그냥 자연스러운 게 좋대."
"어렵네요."
그렇게 그녀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다가올수록 그는 초조해졌다. 고백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저녁을 같이 먹은 후 일몰이 예쁜 카페로 향했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진심을 담아서...'
화장실 거울 앞에서 그는 속으로 되뇌며 머리를 손질했다. 자리로 돌아가자 그녀는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해요?"
"그냥 멍하게 있었어요.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이 얼마 만인지..."
"그동안 바쁘게 지냈었나 봐요?"
"네. 일에 치여서 살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기훈 씨는 어때요?"
"저희도 연초 되면 회의에, 프로젝트 준비에 정신없긴 해요. 하지만 이렇게 소정 씨 만나니까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기훈은 커피잔을 손에 쥔 그녀의 손을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스킨십이 오히려 그녀와 멀어지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망설여졌다. 그렇다고 고백할 타이밍을 놓친다면 더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