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원했지만
막상 닥치면
머뭇거리게 되는 지금 이 순간.
불행을 겪어봐야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을까. '행복'이라는 주제에 대해 얘기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불행을 연달아 겪다 보면 행복이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 어쩌면 처음부터 행복은 신기루였을지도 모른다.
'천국 따윈 바라지도 않아요. 사는 게 지옥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밥을 남기면 지옥 간다는 선배들의 협박(?)에 차라리 지옥에 가고 말겠다고 말했다. 먹기 싫은 걸 꾸역꾸역 먹어야 하는 현생이 남긴 음식을 먹는 지옥과 뭐가 다를까 싶었다.
생리통으로 종일 뒹굴며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를 때면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싶었고, 누군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볼 때면 지하로 숨고만 싶었다. 불행이 행복의 반대말이 아닐지는 몰라도 숨 막히는 고통에서 잠시라도 벗어날 수 있다면 행복이란 단어를 모른 채 살아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이와의 눈 맞춤이 더없이 행복인 것처럼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또한 가슴이 찢어질 듯한 아픔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곧 불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눈앞에서 자식을 잃거나 영영 볼 수 없는 곳으로 떠나는 것도 불행보다는 비극에 가깝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이 글을 적고 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선율이 감미로울 뿐만 아니라, 힘들게 버텨낸 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행복에도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깔이나 채도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나의 행복은 어떤 빛깔이나 형태를 가지고 있을까. 마냥 행복했던 기억이 흐릿하다. 대부분의 행복에는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걸 온전히 실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무채색의 행복이 알록달록한 불행보다는 나은 걸까.
일상의 무의미한 반복은 무성 영화이자 빛바랜 사진과도 같다. 그것이 행복인지 불행인지 정의 내릴 순 없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추구하는 형태의 삶은 아닐 것이다. 살아있지만 반쯤 죽어있는 '반-시체' 인간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그런데도 열렬히 행복을 주장한다. 그것만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라도 되는 것처럼.
불행은 지나치게 시끄럽고, 행복은 조용히 우리 곁에 머물렀다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