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족의 소란한 명절

by 은수달


"아빠 차 보험사가 어디였지? 시동이 안 걸리네."
"글쎄요. 제가 확인해 보고 접수해 드릴게요."

기억을 더듬어 모 보험사에 연락해 출동 요청을 했다. 다행히 배터리 방전이라고 했다. 잠시 후, 엄마한테서 연락이 왔다.
"10시 반까지 사우나로 좀 데리러 올래?"
"튀김이랑 떡 찾아서 가면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어요."

부모님 회사 앞에서 모여 조부모님 산소에 가기로 했는데, 남동생과 올케가 늦는다고 했다. 할 수 없이 외숙모, 외삼촌과 함께 먼저 출발했지만 공원 입구부터 혼잡했다.

"어제저녁에도 돼지갈비 먹었는데..."

대식구의 점심을 주차 편하고 맛있는 음식점으로 예약했는데, 엄마는 메뉴가 겹친다며 투덜댔다.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일정을 미리 공지했는데, 하필이면 같은 메뉴를 선택한 엄마의 책임이니까.

"고기 추가로 주문했는데 언제 나오나요?"

남동생과 같은 테이블에 앉은 죄(?)로 고기를 굽느라 바빴고, 흐름이 끊길까 봐 미리 주문했는데 소식이 없었다. 확인해 보니 주방에서 주문을 빠트렸단다. 식사가 나올 동안 고기를 기다렸고, 노릇하게 구운 갈비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식사 후 선발대와 함께 우리 집으로 향했고, 남동생과 올케는 조카 데리고 미용실에 들렀다 온단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과일 깎고, 커피 내리고, 민원 해결해 주느라 정신없이 움직였다. 외삼촌은 피로가 쌓였는지 소파에서 잠들었고, 조카는 두쫀쿠랑 딸기를 맛있게 먹었다.

"저거 혹시 자화상 그린 거니?"
거실에 세워둔 그림을 발견한 엄마가 물었다.
"아뇨. 모딜리아니 작품 따라 그린 거예요."
"너랑 닮았네."

가족들은 세 시간 남짓 머물다 각자 일정이 있어서 흩어졌다. 어느 가족의 소란한 명절의 1막이 내렸고, 오늘은 본가에서 제주도민들과의 2막이 열릴 것이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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