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라고 부를게요

by 은수달


남자들 대부분 '오빠'라는 단어에 민감하다. 아마 군 시절부터 '아저씨'라는 호칭을 들어서일지도 모른다. 엄밀히 말해 오빠는 친족 관계에서 쓰는 호칭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 문화에선 연인이나 부부 사이, 혹은 친밀한 사이에서 쓰는 호칭이 되어버렸다.


"오빠라고 불러도 돼요?"


오늘 모임에서 여성 회원은 4명, 남성 회원은 8명이었는데, 그중 여성회원 한 명이 자기보다 나이 많은 남성 회원에게 위처럼 묻는다. 질문을 받은 분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보니 대답은 예스. 하지만 다른 남성 분들의 표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나도 오빠라는 호칭 듣고 싶은데...'

애삼이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서 '혁이 오빠'라고 장난스레 불러보았다.





친밀감을 표현하는 호칭은 서로를 더 가깝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상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마음대로 호칭을 정해버리면 오히려 관계가 어색해질 수 있다.


"말 놓아도 돼요?"

"아뇨."

오래전, 소개팅한 분이 물었는데, 심리적 거리감 때문인지 곧바로 부정적인 대답이 튀어나왔다. 나이 차를 떠나 동등한 입장에서 만나고 싶은데, 상대가 반쯤 말을 놓거나 그런 뉘앙스를 풍기면 나도 모르게 방어적이 된다.


택시를 타거나 공공장소를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기보다 어려 보인다고 함부로 말을 놓는 경우를 많이 겪다 보니 적어도 나만큼은 나이 상관없이 상대를 존대하자, 라는 원칙이 생겨버렸다. 그 원칙을 지금도 고수하는데 생각보다 장점이 많은 것 같다.


필요할 때만 상대를 오빠 혹은 누나라고 부르며 이용하려 드는 사람을 가끔 본다. 당장은 먹힐지 몰라도 한 번 오빠가 영원한 오빠가 되리란 보장은 없다. 상대를 달콤한 말로 유혹하기 전에 솔직함으로 먼저 다가가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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