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클라쓰가 다른 이태원

by 은수달


"와, 여긴 역시 분위기가 다르네요. 뭔가 제대로 취하고 망가지는 것 같아요."

"맞아요. 유흥의 끝판왕을 보는 것 같네요."


지인들과의 술자리가 끝나고 이태원에 도착한 뒤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경리단길을 둘러보았다. 몇 년 전에 왔을 때랑은 분위기가 사뭇 달라 낯설었다. 해밀턴 호텔 뒤쪽 골목엔 젊은 열기가 넘쳤고, 건너편 주택가는 차분하면서도 이색적인 풍경이었다.




숙소를 이태원으로 정한 건, 지인의 결혼식장에서 가까운 데다 오랜만에 이태원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이태원역에서 빠져나온 순간 당황했다. 지도에는 존재하는 호텔이 아무리 찾아봐도 입구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전화해서 위치를 물으니, 쇼핑몰과 카페 사이에 있단다.

'표지판도 따로 없는데다 입구가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서 눈에 띄지 않잖아. 보물 찾기도 아니고...'

속으로 불평하며 체크인. 오래되었지만 실내는 깔끔했고, 외국인이 자주 왕래하는 지역이라 그런지 디테일이 남달랐다.


해운대 그랜드호텔을 연상시키는 해밀톤호텔

짐을 풀고 쉬다가 뒤풀이 장소로 이동하려고 객실 문을 닫고 나왔다. 잠겼는지 확인하려고 하자 도어가 다시 열리는 것이다.

'이상한데? 보통 닫으면 자동으로 잠기지 않나?'

두 차례 더 확인했지만 마찬가지라 프런트에 도움을 청했다.

"문 닫고 오 초 정도 지나야 잠겨요."

직원의 말에 살짝 당황했다. 찰나의 순간이긴 하지만, 누군가 나쁜 맘을 먹고 문을 연다면...



그렇게 한 차례 소동을 겪은 뒤 지하철 1호선으로 갈아타고 종각으로 향했다. 뒤풀이 마치고 10시쯤 고민에 빠졌다.

"숙소 근처에서 디저트 먹을까요? 아님 야식?"


#경리딘길 야식 #이태원디저트맛집 #한남동야식


열심히 서핑하며 다음 목적지를 알아보았고, 호텔 뒷골목으로 정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이태원의 밤거리.


1. 외국어가 종종 들린다.

2. 거리에 담배 피우는 사람이 많다.

3. 좀비들을 볼 수 있다.

4. 옷차림이 매우 개방적이다.

5. 어두워지면 동네 전체가 열광의 도가니로 변한다.

6.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 동네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7.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다.



삼십 분 정도 동네를 둘러보다 선택한 간식은 케밥!!

도로가에 있는 매장이 손님도 많고 왠지 맛있을 것 같았다. 메뉴판을 둘러본 뒤 치킨 케밥을 주문하자, '맵게 안 맵게?'라며 터키 직원이 한국어로 묻는다.


편의점에 들러 음료를 산 뒤, 숙소에 돌아와 씻고 케밥을 먹는다. 아삭한 채소와 적당히 잘 익은 바비큐 고기가 제법 잘 어울린다. 우린 그렇게 이태원의 밤을 케밥과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소음과 함께 보냈다.



*주말엔 소음 때문에 숙면을 방해받을 수 있으니 프런트에 귀마개를 요청하시면 됩니다. 사우나도 있으며, 객실 이용객 요금은 5천 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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