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도현이 개발자를 꿈꾼 건 아니었다. 남들보다 일찍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경영학과를 지원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컴퓨터공학과로 갈아탔다. 하지만 개발자의 길은 멀고도 험난했다. 가고 싶었던 회사에선 번번이 퇴짜를 맞았고, 그나마 경쟁률이 낮은 곳마저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그러다 매형의 권유로 설비 쪽 일을 하게 되었고, 수입은 제법 괜찮았다.
일 하다가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몇 달 동안 쉬면서 그의 마음 속엔 개발자의 꿈이 다시 피어올랐다. 그러던 중 학교 선배가 권유한 회사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 때만 해도 신이 자신에게 준 기회라고 생각했고, 그는 다시 날 수 있을 거란 기대에 부풀어올랐다.
어디선가 귀에 익은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연주가 전에 잠시 만났던 남자도 클래식을 좋아했다. 부잣집에서 외동 아들로 자라서 그런지 미술부터 음악, 운동까지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성격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그녀가 이번에 맡은 기사는 '당신이 연애를 못하는 이유'이다. 많은 이들(특히 남자들)이 연애를 못 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취재해야 한다.
'좀 더 재밌고 맛깔스럽게 쓰고 싶은데...'
컴퓨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아이디어를 쥐어짜 보았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머리도 식힐 겸 그녀는 휴게실로 향했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서 마시는데, 후배 지훈이 다가왔다.
"대리님, 여기서 뭐 하세요?"
"잠시 휴전 중이예요. 지훈 씨는요?"
"저도요."
한숨을 푹 내쉬며 그가 말했다.
"이번에 대리님이 맡은 주제가 뭐였죠?"
"당신이 연애를 못 하는 이유?"
"하, 재밌네요."
"근데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것 같아요. 남자들은 보통 연애에 어떻게 성공하죠?"
"음...그건 상대에 따라 다르긴 한데...전 관심 있는 사람 주위를 맴돌면서 은근히 신호를 보내요."
"그래도 눈치를 못 채면?"
"그럼 좀 더 직접적으로 표현해야죠. 그리고 자기관리는 필수인 것 같아요."
"자기관리...중요하죠."
"그래서 전 아무리 바빠도 운동은 안 빼먹는 편이에요."
"어쩐지..."
'몸이 좋은데요'라고 말을 하려던 연주는 혹시라도 그가 오해할까 봐 말끝을 흐렸다. 잠시 후, 그녀의 전화벨이 울렸다.
"네, 지금 바로 들어갈게요."
편집장의 호출에 그들은 서둘러 전쟁터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