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의 휘파람 10화

by 은수달


코로나 때문에 온 세상이 떠들썩한 가운데서도 어느 젊은 남녀의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그날, 예식장에 일찍 도착해서 지인들과 인사를 나눈 뒤 혼자 축가를 연습했다. 전날 잠을 설친 탓인지 목이 부었지만, 주례사가 끝난 뒤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축가다. 늘 남의 결혼식만 축하해주는 내 신세가 처량하게 느껴졌지만, 노래를 부르는 순간만큼은 감정에 몰입하려 애썼다.


"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오죠. 첫눈에 난 내 사람인 걸 알았죠~"


노래가 끝난 뒤 박수 소리가 들리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의 신랑인 경훈은 대학 후배이자 밴드 멤버이기도 했다. 서울에 올라간 뒤로 한동안 연락이 끊겼지만,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달려와 준, 고마운 녀석이다. 며칠 전, 피로연에서 만났을 때 녀석은 무척 들떠 보였다.


"친구 소개로 만났는데 알고 보니 초등학교 동창인 거야. 내가 전학 가는 바람에 소식이 끊겼는데, 이십 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거지."

"와, 진짜 인연인가 보다."

"결혼 준비하면서 진짜 많이 싸웠다. 내가 아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들 그러다 결혼식장 들어간다더라. 진도는 어디까지 나갔어?"

한 친구의 짓궂은 질문에 경훈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

"웃지만 말고 얼른 말해 봐."

"실은... 속궁합 때문에 결혼을 결심했어."

"뭐? 그 정도야?"

친구의 목소리 톤이 갑자기 높아졌다.


"남녀가 불붙으면 보이는 게 없다더니, 그 말이 맞더라. 나중엔 우리가 같이 자려고 만난 건지, 아니면 만난 김에 섹스하는 건지 구분이 안 가더라."

"짜식, 좋겠다. 난 언제쯤 그런 사람 생기려나?"

"주위에 잘 찾아봐. 참, 희찬 선밴 애인 없어요?"

"아직."

"연애는 해 봤죠?"

경훈의 질문에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경훈의 얘기가 낯설게만 들렸다.


'한 여자와 평생 섹스를 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경훈이 역시 권태기가 찾아오면 다른 여자 품에 안기게 될까?'

고개를 저으며 쓸데없는 생각을 떨치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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