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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Jun 14. 2022

33화 매너는 옵션이 아니다


"보고팡팡"

"배고팡팡"


배고픔을 참는 데 서툰 나와 달리 애삼이는 잘 참는 편이다. 다이어트하느라 간헐적 단식이나 1일 1식을 병행했다는 얘길 듣는 순간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어떻게 살아요? 예전에 심하게 체하거나 식중독 걸렸을 때 말고는 굶어본 적이 없는데..."


시간을 놓치면 더 못 먹는 편이라 식사 시간에 남들보다 더욱 민감하다. 예전에 가족들이랑 백화점에 쇼핑하러 갔었는데, 참다못한 아버지와 내가 먼저 식사한 적도 있다.


"8시쯤 도착해도 밥 먹기 애매하겠네요."

"그러게요. 일단 만나서 의논해봐요."


전부터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노래 부르는 애삼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시내의 어느 요리 학원에 상담 신청을 해놓았다. 하지만 그의  퇴근 시간이 보통 7시라 8시 30분에 예약했다. 주차하고 근처에서 밥 먹기엔 그의 말대로 애매했던 것이다.




대부분 남자들은 썸이나 연애 초반엔 매너남으로 장착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연료도 떨어지는지 매너 따윈 개한테 주는 것 같다. 그래도 애삼이는 '매너'라는 연료를 꾸준히 제공하려 노력 중이다.


"결혼하고 나서 살이 많이 찐 것 같아요."

"마음이 편해서 그런가... 잡은 물고기에 먹이 안 준다고 하잖아요."

"요즘엔 남자도 관리해야 돼요. 그래야 사랑받죠."


결혼 6개월 차 지인과 주고받은 대화다.


우린 어장 속의 물고기도, 다 잡은 고기도 아니다. 한결같진 않더라도 매너라는 엔진을 장착한 채 적절한 속도를 유지해야 안심하고 동승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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