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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Jun 29. 2022

36화 있을 때 잘하는 척이라도 하자


"주말엔 별일 없으면 데이트하고 평일엔 상황 보고 결정해요."


투잡에 주 6일 근무하던 시절, 연애까지 하는 바람에 더욱 바빠졌다. 같이 보내는 시간이 너무 적다며 불평하는 연인에게 결국 타협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했던가. 나름 시간 쪼개서 데이트하고 평일에도 한 번씩 보면서 그의 불만도 사그라드나 싶었다.


주말엔 주로 모임에 나가거나 집안 행사가 있어서 연애하기 전에도 바빴다. 그런데 연애라는 플러스가 생기고 나서는 일정 조율하느라 몸도 마음도 분주해졌다. 몸은 하나인데 부르는 곳은 많았으니... 상대의 불평도 쌓여갔고, 일주일 넘게 못 보자 폭발했다.


"도대체 난 몇 순위예요? 집안일에 모임에 친구들 약속에... 연애하면 상대방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지 않나요?"


그와 난 연애에 대한 기대나 가치관이 너무 달랐던 것이다. 그래도 서로 조금씩만 이해하거나 양보하면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착각했다.


예기치 못한 집안의 우환으로 다른 이들을 챙길 여유가 없었던 난 자연스레 그에 대한 관심도 멀어졌지만, 그럴수록 그는 어린애처럼 투정 부리고 화내고 따졌다. 달래도 보고 양해도 구했지만, 그는 자기 입장이 우선인 사람이었다. 답이 없었고, 결국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전남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랜 시간 공들여 나와 가까워졌지만, 막상 연애를 시작했을 땐 정신없이 바빠진 데다 자기 위주의 삶으로 돌아갔다. 각자 삶에 충실하되 마음 내키거나 시간 될 때 보는 사이. 그게 그가 정의 내리는 연인의 개념이었다.


"그럼 친구랑 뭐가 달라요?"


나도 나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만, 적어도 연인 사이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때론 친구나 가족보다 가깝지만, 사소한 일로 멀어지거나 남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지 않기 위해 맡은 역할에 충실하며 옆에 있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물론 하나부터 열까지 다 상대한테 맞춰주거나 억지로 잘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연애도 관계이자 또 다른 형태의 사업이다. 고객이 마냥 내 입장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것 자체가 오만이 아닐까. 버스 떠난 뒤에 애타게 쳐다보며 돌아오길 기다리지 말자. 전남친 혹은 전여친의 'ㅈ'자만 들어도 상대가 고개 젓거나 한숨 쉬길 원치 않는다면, 추억이라도 아름답게 남길 바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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