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부산시청역 카페, 레이븐커피 로스터리

by 은수달


'어, 하필 오늘 휴무네?'

시청역에서 내려 이어폰을 구입한 뒤 근처 카페로 향했지만,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건너편 골목에 자리 잡은 다른 카페, 레이븐 커피.





폭염 속을 뚫고 카페로 향하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시청 쪽은 볼일이 없으면 일부러 찾는 장소는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시청역과 관련된 몇 가지 일화가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재작년 여름, 독서모임에서 알게 된 분이 시청역 근처에서 산다고 했다. 타지에서 발령받아 자취하는데 시청이 집값도 그리 비싸지 않고 편의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단다. 공원에서 밤늦도록 수다 떨다가 택시에 동승한 적 있는데, 마침 집으로 가는 길에 있어서 중간에 그를 내려주었다.


집이랑 가까운 은행을 찾다가 때마침 시청이랑 가까워 열심히 걸어가는데, 뭔가 쿵 하면서 시야가 흐려졌다. 건너편의 풍경을 구경하다 보도블록 가운데 우뚝 서 있는 쇠(?) 기둥을 못 본 것이다. 지나가던 어르신이 괜찮으냐고 묻기에 '아뇨'라며 고개를 저었고, 은행에 도착해서도 계속 머리가 띵하고 아팠다.


한 번은 휴대전화가 고장 나서 수리를 맡겼는데, 일주일 가까이 걸린다고 했다. 시청 앞에서 엄마랑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공중전화를 사용했었다.


그러다 몇 달 전엔 지인의 결혼식이 근처에 있어서 방문했다. 혼잡했지만, 익숙한 곳이라 곧 적응했고, 결혼식장에서 본 공연도 기억에 남는다.



'로스터리'라고 이름 붙인 카페는 대부분 직접 로스팅하기 때문에 커피 맛을 어느 정도 보장한다. 로스터기나 머신 등에 따라 맛도 달라지지만, 요즘엔 대체로 커피 품질이 괜찮은 것 같다. 로스터기 기센이 세련되고 깔끔한 느낌이라면 프로밧은 좀 더 거칠고 본연의 맛에 가깝다.


매장의 외부에 있는 간판이 작긴 하지만, 멀리서 '아, 저기가 카페구나'라는 느낌이 온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넓은 공간에서 커피 향이 솔솔 풍겨온다. 무채색에 원목으로 포인트를 주고 있어서 이름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문득, 신사동의 '폴 바셋'이라는 카페가 생각났다.


'슈페너' 맛집이라고 소문나서 '오리지널 슈페너'를 주문한 뒤 가운데 놓인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는다. 주위를 둘러보며 사진 먼저 찍어두고, 명함도 챙긴다. 요즘엔 SNS에 대부분 정보가 나와 있지만, 급하게 누군가에게 소개해주거나 기념하기 좋다.



잠시 후, 사장님이 직접 음료를 갖다 주신다. 쟁반도 가볍고, 무엇보다 음료의 세팅이 마음에 든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던가. 맛이나 분위기가 비슷하다면 시그니처 메뉴나 남다른 세팅으로 차별화시키는 것이 좋다.


오래전, 카페 창업을 앞두고 전국의 유명 카페를 돌아다니며 리스트를 작성한 적 있다. 맛부터 매장 분위기, 서비스, 동선 등 항목별로 점수를 매긴 뒤 높은 점수를 받은 매장은 재방문하곤 했다. 그리고 장사가 안 되는 카페도 찾아가서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첫째, 콘셉트가 불분명하다.

둘째, 음료 맛이 그저 그렇거나 별로다.

셋째, 매장 내 분위기가 어수선하거나 지저분하다.

넷째, 입지가 별로거나 찾기 힘들다.

다섯째, 서비스가 별로다.

여섯째, 직원들이 떠들거나 딴짓하느라 손님 응대에 소홀하다.

일곱째, 메뉴가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들다.


평일 오후나 저녁, 친구들과 마음 편하게 수다 떨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다면 시청역 근처에 자리 잡은 레이븐커피 로스터리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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