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독서 덕후의 고백

by 은수달


"공부가 세상에서 제일 쉬운 일 같아요."


가끔 지인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따가운 눈초리가 돌아온다.


"어떻게 공부가 제일 쉬울 수 있어요?"

"돈 벌거나 직장 생활하는 것보단 쉽지 않나요? 그래도 공부는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 보상이 주어지잖아요."


하루 10시간씩 공부하거나 논문을 쓰면서 때론 공부하는 기계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논문 쓰는 동안 100권이 넘는 책을 읽고 소화하면서 새삼 독서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되어 2년째 활동 중인 #독서모임 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가입해서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한 달에 한두 번은 참여하고 있다.


물론 책은 혼자서도 읽고 감상평을 남길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책을 읽더라도 나와는 다른 시각이나 사고를 가진 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빈 틈이 조금씩 채워지고 시야가 확장되는 기분이 든다.


코로나 때문에 활동 제약을 심하게 받던 시기가 있었다.

혼자서 잘 노는 편인데도 반강제적 외출 금지는 날 갑갑하게 했고, 집에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집콕 생활에 적응해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책 읽는 시간도 늘어나고, 책을 읽고 싶어 하거나 나 같은 독서 덕후와의 교류도 활발해졌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보는 것도 지겨운데, 돈 많이 안 드는 취미 없을까요?"

"독서가 딱이죠."


덕분에 북캉스와 어울릴만한 책들을 블로그에 소개한 적도 있다.


https://blog.naver.com/hyeonju99/222174688994




운동하느라, 친구들과 어울려 노느라 수업 진도를 못 따라가는 남동생이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졸업은 시켜야 한다는 어머니의 요구 때문에 일주일에 서너 번 동생한테

의무적으로 과외를 하게 되었고, 꾸벅 조는 동생을 달래 가며 공부와 억지로 친해지게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덕을 본 것은 바로 독서!!

남들처럼 우수한 성적은 받지 못했지만, 국어나 사회는 적당히 공부해도 평균대의 점수는 받았다. 거기다 군대에 가서도 자발적으로 책을 찾기 시작했다.


"누나, 심심한데 읽을만한 책 좀 보내줄래?"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고, 동생의 취향을 반영한 책들을 몇 권 보내주었다.


몇 년 전에 <설민석의 삼국지> 추천해줬더니, 너무 재밌어서 책장 넘기는 게 아깝다고 했다.




직업병 때문인지 길거리의 간판이나 주위의 텍스트를 유심히 쳐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드라마를 볼 때도, 가끔 친구를 기다릴 때도 책이 가까이 있어야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호흡이 긴 글들은 집중이 잘 안 되고 읽다가 중간에 포기한 적도 있다. 아마 단문에 익숙한 요즘 문화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 읽는 것보단, 짧은 글이라도 읽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모든 책들이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책이 제공하는 정보나 지식이 때론 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문해력이 떨어지면 원하는 성적이나 점수를 얻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타인의 생각을 읽고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프랑스 학생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다양한 주제로 깊이 있는 대화를 하고, 자신의 생각을 매끄럽게 풀어내는 데 익숙하다.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에나에서는 살아가면서 한 번쯤 고민해보면 좋을 철학 논제들을 다루고 있으며, 이를 통해 프랑스 학생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릴 적부터 입시 전쟁을 치르느라 경쟁하듯, 과시하듯 다독한다. 주로 시험에 도움이 될 만한 책들 위주로. 그러다 대학에 가면 책과 점점 멀어지다 입사하고 난 뒤에는 손을 놓게 된다. 대학 시절 내내 도서관 한 번 직접 가본 적이 없다는 후배를 보면서 기가 막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2019년 대한민국 국민 1인당 평균 독서량이 7.3권으로, 2017년과 비교했을 때 2.2권 줄었다고 한다. (관련 기사는 https://blog.naver.com/hyeonju99/222174688994 참고할 것) 주위에 책 읽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한 달에 두세 권 읽는 것이 보편적이라 생각했는데, 일 년에 한두 권 읽거나 아예 안 읽는 분들을 만나면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걱정되기도 한다.

'저렇게 독서랑 거리가 먼데 어떻게 지적 욕구를 채우거나 교양을 쌓을 수 있을까? 그만큼 유튜브나 다른 매체를 더 자주 접한다는 걸까?'


단순히 책을 많이 읽고 독서량이나 지적 수준을 과시하는 데 그친다면 독서 자체가 그리 유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고, 문맥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뇌는 자극을 받는다. 무엇보다 새로운 정보를 손쉽게 찾아내 폭넓게 사유할 수 있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휩쓸리듯 트렌드나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독서의 즐거움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자유 독서, 지정 독서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재미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부산독서모임 #헤베스 https://hebes.kr/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