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국문과 출신이라고 알려진 뒤 한글 맞춤법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중 단골 학생(?)은 바로 나의 어머니이다. 심지어 카카오톡으로 답장을 보낼 때도 한 편의 시를 짓는 것처럼 진지한 분이다.
“중요한 분들이라 답장도 품위 있게, 그러나 재치 있게 보내고 싶은데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물론 메신저 하나에도 정성을 담으려는 어머니의 의도를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글을 오래 써왔다고 해도 맞춤법은 매번 새로운 영역이다.
Q. 다음 중 신조어 '고나리자'의 쓰임이 자연스러운 것은?
① 액자 속눈썹이 없는 고나리자
② 너 왜 엄마한테 고나리자
③ 초원을 뛰노는 고나리자 한 마리
④ 회사에 고나리자 한 명 있어.
아무리 모국어라고 해도 문법을 정확히 알고 쓰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뒤늦게 배운 영어나 일본어보다 한국어가 어렵게 느껴질 때도 있다. 특히 한국어는 부사나 형용사가 외국어보다 발달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두루뭉술한 표현들이 많아서 정확히 표현하지 않으면 알아듣기 힘들 때가 많다.
“그래서 무슨 얘길 하려는 거야?”
“주어가 뭔데?”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주어나 목적어를 빼고 얘기한다는 것이다.
“방금 밥 먹고 왔어.”
“누구랑?”
“내가 그랬다고.”
“그거 있잖아. 전에 거기서…….”
“거기서 뭐?”
화자랑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문맥만으로 그 뜻을 파악하긴 힘들다. 비교적 정확하게 얘기하려는 나조차 때론 실수로 중요한 정보를 빠트려 듣는 이에게 혼란을 준 적도 있다.
맞춤법 때문에 지인들과 가끔 다투기도 한다. 경험상 내가 아는 뜻이 맞을 확률이 높은데, 본인들이 아는 뜻이 맞는다며 우길(?)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중 기억에 남는 단어는 ‘안 돼’이다.
“보통 안돼,라고 말하니까 붙여 쓰는 게 맞잖아.”
“말할 때는 그렇지만, 부정형으로 쓰일 때는 ‘안’이랑 띄어 쓰고, 일이나 과정이 좋지 않을 때는 붙여 쓰는 걸로 알아.”
“그런가? 아닌데…….”
사전을 검색해 보니 내가 알고 있는 쓰임새가 맞았다.
'안 돼'는 부정 부사 '안'이 쓰인 '안 부정문'이고, '안돼'는 한 단어 '안되다'의 활용형이다.
(1) 안 (부사)
부정이나 반대의 뜻을 나타내는 말.
예: 안 벌고 안 쓰다./안 춥다./비가 안 온다.
(2) 안되다 (동사)
일, 현상, 물건 따위가 좋게 이루어지지 않다.
예: 올해는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과일 농사가 안돼 큰일이다./공부가 안 돼서 잠깐 쉬고 있다.
맞춤법 때문에 가장 많이 다툰 사람은 아마 나의 어머니일 것이다. 자서전 쓰는 걸 도와준 적이 있는데, 다른 건 몰라도 맞춤법은 믿고 맡겨 달라고 했는데도 여전히 본인이 알고 있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사전을 검색해서 보여주며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물론 맞춤법 몇 개 틀린다고 해서 독자들이 항의하거나 글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맞춤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 자체가 작가로서 기본 자질이 아닐까. 편집자를 믿지 못하고 자기식의 문장을 고집하는 작가와 작가의 개성을 무시하고 자신의 의도대로 글의 전체 분위기를 바꿔버리는 편집자 중 누가 더 나쁠까. 후자는 아직 만나보지 못해서 평가하긴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