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직업을 '작가'라고 소개하면 의례히 받는 질문이 있다.
"그럼 책도 내신 거예요?"
"네."
"유명한 작품 뭐 있어요?"
"그리 유명하진 않지만, 오래전에 동인지 낸 적은 있어요."
"다음에 책 내면 얘기해주세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론 씁쓸한 기분이 남았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789037
*등단한 지 몇 년 만에 동인지에 <김 과장은 외근 중>이라는 단편소설이 실린 적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소설집은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물론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알 만한 작가였다면 지금 이 글을 쓰게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마 차기작을 준비하거나 강연 다니느라 분주하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해서 나 자신이 부끄럽다거나 지금 당장 유명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 작품으로만 된 단행본 하나 내지 않았다는 사실은 부채감으로 남아 있었고, 결국 우연한 계기를 통해 에세이와 소설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Photo by Ergita Sela on Unsplash
영화 <비포 선셋>의 주인공은 무명작가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난 뒤 파리를 방문하게 된다. 그곳에서 우연히 첫사랑을 만나 과거의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물론 영화라서 가능한 일이겠지만,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오랫동안 잊지 못한 연인을 작품 속에 등장시켰는데, 그 작품이 히트 쳐서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유명세에 힘입어 돈도 벌고 인맥도 늘어나면 일거양득(一擧兩得).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에서 돈을 많이 버는 작가가 된다는 건 로또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확률이 낮다. 미국이나 일본에선 스테디셀러 작가만 되어도 남 부럽지 않은 연봉을 벌 수 있는데 말이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문학상을 통해 신인 작가들을 지원해주는 일본의 문학 제도가 부러울 때가 많다.
얼마 전, 어느 출판사에서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공모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응모 조건 중 하나가 등단 7년 이내의 작가였다.
'난 등단한 지 십 년이 넘었으니 해당 사항 없네. 나 같은 작가는 신인도, 기성도 아닌 중간쯤에 속하니 어디에 끼어야 하나?'
그렇다고 신인과 기성의 구분 없는 문학상에 응모하자니 그 벽이 너무 높게만 느껴졌다.
당선 여부를 떠나 공모전 응모는 자신의 실력이나 독자들의 취향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스스로 잘 썼다고 여겨도 독자들이 외면하면 과연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수십 군데 출판사에 문을 두드리며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 같은 엔잡러한테는 그것 역시 시간 낭비처럼 느껴져 애초부터 시도하길 포기했다. 대신 적립금을 쌓는 것처럼 매일 꾸준히 쓰면서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리고 틈틈이 지인들한테 피드백을 받으면서 다듬어간다. 어쩌면 그것이 지금 내가 시도해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유명해지기 위해 글을 쓰고, 영상을 찍고, SNS를 열심히 한다면 전제부터 잘못된 일이 아닐까.
열심히 글을 쓰고, 영상을 찍으면서 시청자들과 소통한 덕분에 유명해지는 경우는 많이 보았어도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혹은 유명해지고 싶어서 글을 쓰는 사람 중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파울로 코엘료 소설 제목처럼 승자는 결국 혼자다. 각자 성공에 대한 정의가 다른 것처럼, 승자를 결정하는 건 우리 사회가 아니라 각자가 가진 삶의 가치관이나 지향하는 삶의 형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