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남해에서 아침을

by 은수달


몇 년 만의 남해 여행인지 모르겠다.


이번엔 명절이라 가족들과 동행했고, 그 가운데 고모 딱지 둘째 조카도 있었다.




1월 31일 오전 8시 40분경. 근처 사는 남동생의 자가용에 캐리어를 싣는다. 트렁크 안은 이미 다른 짐들도 가득 차 있어서 하나는 차 뒷좌석 아래로 옮긴 후 출발한다.


"고모랑 같이 가니까 너무 좋아요~!"

해맑은 표정으로 둘째 꾸러기 안이 외친다.


숙소까지 도착하려면 대략 3시간 내외 걸리니 12시쯤 식당에 들러 점심 먹기로 했다. 이번엔 짐이 많아 부모님은 본가에서 따로 출발하기로 했다.


진영휴게소에 들러 간식을 산 뒤 차 안에서 먹는다.

티맵을 이용하니 최적 경로로 안내해준다.

조카가 좋아하는 소떡소떡. 마지막 남은 떡은 가위 바위 보 해서 이긴 사람이 먹기로 한다.


생선 킬러인 조카님 때문에 숙소 근처 복만식당 도착하니 11시 40분쯤 되었다. 갈치구이를 주문하니 기다란 갈치 한 마리가 통째로 나온다. 가격대가 좀 있긴 하지만 깔끔하니 먹을 만했다.



점심을 먹고 숙소에 도착하니 12시 40분경. 서둘러 출발한 덕분에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남는다.


"체크인이 3시부턴데 그전에 가능한 지 알아볼게요."

그러나 청소 때문에 2시 반은 넘어야 입실이 가능하다고 했다.



어디서 기다릴지 고민하다 근처 서점으로 향했다. 부산에서도 가본 적 있지만,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지하로 내려가 구석에 자리를 잡자마자 조카는 닌텐도를 꺼냈다.

게임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녀석이지만, 한 시간쯤 지나자 슬슬 지루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우리 방에 언제 들어가요?"

"글쎄... 청소 끝나면 연락 준다고 했는데... 좀 이따 확인해볼게."

과자랑 음료를 나누어 마시며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즐겼고, 조카를 잠시 두고 화장실로 향했다.



'어디 갔지? 혹시 화장실 갔나?'

짐은 그대로 있고 조카만 보이지 않아 갑자기 걱정이 앞섰다.


잠시 후, 조카가 등장했다.

"급해서 화장실 다녀왔어요. 앞에 갔는데 어디가 남자화장실인지 몰라서 물어봤어요."

"잘했어. 보통 여자화장실은 치마가, 남자화장실은 바지가 그려져 있거든."

"전 신발 모양으로 구분하려고요."


남다른 관찰력에 새삼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다음에 자리를 비우게 되면 휴대전화도 꼭 챙기라고 당부했다.




오후 3시경. 드디어 체크인하고 객실로 향했다.

우리가 묵게 될 곳은 527호. 마침 서점 바로 근처였다.

"여기 엘리베이터 엄청 작네요."

짐 때문에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자 조카가 신기한 눈으로 말했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아난티 남해. 특히 욕실에 구비된 물품들이 마음에 들었다. 요즘엔 캡슐머신을 마련한 리조트나 호텔이 많은 것 같다.


아난티 투숙객은 레스토랑, 수영장 등 부대시설을 이용할 때 할인받을 수 있다. 거기다 짐이 많거나 거동이 불편할 땐 프런트를 통해 카트를 부를 수 있다. 다들 수영복을 지참하지 않아서 풀장은 패스. 대신 조카님이랑 폭탄게임 삼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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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가 복잡하고 표지판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아난티 코브에 비해 아난티 남해는 동선이 그리 길지 않고 부대시설 이용이 편리한 것 같다.


로비와 연결되어 있는 레스토랑 다모임. 구색은 잘 갖추었지만 대체로 음식의 간이 센 편이었다.


"여기 음식이 다 짜요."

"주방장이 실연당해서 슬퍼서 그런가 봐."


평소에 싱겁게 먹는 우리 가족 입맛엔 안 맞았지만, 대신 디저트는 종류도 많고 만족스러웠다.




다음 날 아침, 다른 가족들은 큰댁에 제사 지내러 가고 조카랑 단둘이 남았다. 거실에 누워 좀 더 눈을 붙이려는데, 조카가 다가와 심심하다며 같이 놀자고 했다. 할 수 없이 폭탄 게임 두 번 정도 하다가 식사 시간에 맞추어 짐을 대강 정리했다.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면 캐리어를 정리하는 법부터 시간까지 감으로 익히게 된다. 단거리 여행엔 가볍고 부피가 넉넉한 캐리어를, 장거리 여행(특히 유럽여행) 때는 바퀴가 튼튼하고 도난될 우려가 덜한 캐리어를 추천한다. 캐리어에 연락처가 적힌 태그를 달거나 주머니에 여권을 넣어두면 가방을 분실해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안아 뭐 먹고 싶어?"

"소시지요!"

망설임 없이 본인의 취향을 얘기하는 조카님. 역시 나의 조카답다.


조카랑 골고루 나눠먹을 수 있는 기본 브런치 세트랑 프렌치토스트를 주문하고 기다렸다. 이렇게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전에 집들이 왔을 때도 귀가하기 싫다며 떼를 썼는데, 이번엔 그토록 손꼽아 기다리던 고모와의 일박 여행이니 좀 더 기억에 남을 것이다.



12시쯤 숙소를 빠져나와 도로 위를 달리며 예상보다 덜 막히길 속으로 빌어보았다.


그러나 휴게실 한 번 들렀다 부산 시내에 접어드니 4시가 넘었다. 조카는 멀미가 나는지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약을 먹인 뒤 억지로 재웠다.


"고모 못 가게 붙잡을래요."

집 앞에 도착해 내리려고 하자 조카가 내 손을 꼭 붙들며 말했다.

"안아, 다음에 고모랑 또 놀자. 나중에 외할머니 댁에 가서 재밌게 놀아."

당부의 말을 전하며 그렇게 이틀 동안의 여행을 마치고 무사히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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