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파도가 머무는, 카페 진목

by 은수달


항구에 자리 잡은 그곳은, 강서구 명지동에 있는 진목 카페이다. 지명을 따와서 그런지 더 기억하기 쉬운 곳.


창가에 자리 잡은 뒤 친구랑 수다 떨며 음료를 마시는데, 날이 어둑해지더니 번개가 친다.


"날씨 왜 이래?"


비를 좋아하지만, 예고도 없이 쏟아지는 폭우와 번개는 그리 반갑지 않다. 해질 무렵을 미리 담아두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우연히 알게 되어 혼자 방문했고, 도심에서 만나기 힘든 풍경이라 가끔 들렀다. 그리고 작년 가을, 지인들과 함께 근처에서 갈삼 구이를 먹은 뒤 이곳으로 이동했다. 어렵게 차지한 야외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 수다도 떨고, 즉석 백일장도 했다.




서울 살 때는 공부하며 일하느라 카페 탐방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눈 오거나 비 오는 날, 인사동 찻집에 앉아 상념에 젖은 날들이 가끔 떠오른다.



힘들거나 힐링이 필요할 때 습관처럼 이곳이 떠오른다. 이젠 제법 유명해져 평일에도 북적이지만, 그래도 창가에 앉아 멍하게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과 바다의 모습은 내가 대자연에 속했음을 자각시켜 준다.


시멘트 건물과 자가용으로 즐비한 도로가 숨 막힌다면, 파도가 머무는 카페 진목에서 발자국 남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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