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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두의 기쁨과 슬픔

by 은수달


"얼굴 작아서 좋겠네요. 누구 닮았어요?"

"아버지요."

"어머, 손발도 작네요."


유난히 작은 체구 때문인지, 아니면 독특한 인상 덕분인지 나를 한두 번 만난 사람들은 대체로 기억한다.


그러나 체구나 손발이 작다고 무조건 좋을 거라는 생각 역시 편견이다.


진화학적으로 인류는 점차 머리가 작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자연선택에 따라 머리가 작은 편이 출산 시에도 유리하다. 반면에, 아기의 머리가 클수록 산모의 출산 위험도가 상승하고 제왕절개 외에는 손 쓸 방도가 없을 수도 있다. 사랑니가 자라날 공간이 없어 통증을 유발하는 케이스가 부지기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증거 중 하나이다.

다만 소두일수록 독성물질이 축적되는 시간이 짧아 치매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나무 위키 '소두' 중


인류가 발달할수록 머리 크기가 작으며, 머리(뇌)가 클수록 지능이 높다는 설이 있다. 머리 크기가 1cm 늘어나면 암기력도 6% 정도 증가한단다. 하지만 이것 역시 통계일 뿐이다.


XS 사이즈가 대중화되기 전까지 내게 딱 맞는 옷을 고르는 건 로또에 당첨될 확률만큼이나 희박해 보였다. 시중에 판매하는 S 사이즈를 줄여서 입거나 헐렁하게 입거나. 신발 역시 마찬가지다. 예전에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제작하려고 기계로 측정한 적이 있는데, 양발 사이즈가 6mm나 차이 나는 데다 발 높이도 달랐다. 왼발 222mm, 오른발 228mm, 그러다 보니 한쪽 발이 맞으면 다른 발이 꽉 끼거나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고, 브랜드마다 사이즈가 제각각이라 차라리 잘 맞는 브랜드를 찾는 게 빨랐다.


코로나 초기 때는 얼굴에 맞는 마스크를 찾느라 분주했다. 어른 평균 사이즈는 감히 꿈도 못 꾸고, 유아용은 얼굴 크기엔 맞으나 귀 쪽이 끼어서 아프고... 그나마 M 사이즈가 적당해서 그걸로 대량 구입했다.


"마스크를 왜 이렇게 큰 걸로 했어?"

살짝 크긴 하지만 착용감이 편한 걸로 장만해서 열심히 하고 다녔더니, 사장님이 대뜸 물었다.

"이게 그나마 잘 맞고 편해서요."

"더 작은 건 없어?"

"유아용은 귀가 불편해요."


드레스 사이즈가 S와 M으로 한정된다면, 마스크는 M과 L로 통일되어 있다. 유아용은 어차피 대상이 특정되어 있으니 논외로 치자. 운동화도, 요즘 유행하는 크록스도 성인용은 대부분 크거나 두꺼운 양말을 신어야 그나마 편하게 신을 수 있다.


이쯤 되면 특대 사이즈만큼 불편한 점이 많다고 보면 된다.


인터넷으로 몸에 잘 맞는 옷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다고 지인들에게 하소연하자, 44 사이즈 전문 사이트를 알려준다. 담당자한테 사이즈를 문의한 뒤 야심하게 주문했으나... 역시 실패!!


분명히 작게 나온 55라고 했는데, 55랑 별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저렴하게 구입한 티셔츠는 잠옷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가끔 쇼핑몰을 돌아다니다 사이즈가 잘 맞고 디자인도 마음에 들면 곧바로 구입한다. 신이 내게 준 선물이라 여기면서. 그리고 오래 입고 싶어서 주기적으로 드라이클리닝 맡기며 관리에도 남들보다 두 배로 신경 쓴다.


사회가 요구하는 이미지에 맞춰 자신을 억지로 밀어 넣지 말자. 작으면 작은대로, 크면 큰대로 받아들이고 보완점을 찾으면 마음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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