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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달라졌어요

by 은수달


오래전,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방송을 열심히 보았고, 덕분에 난 조카들을 돌보거나 놀아주는 방법을 일찌감치 익혔다.


가끔 자식들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엄마한테 반항한 적은 있어도, 떼를 쓰거나 억지를 부린 적은 별로 없다. 하지만 엄마는 삼 남매한테 사이좋게 지내라고 하면서도 정작 엄마 형제들과는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고, 독서를 강조하면서도 본인은 책과 거리가 멀었다. 한 마디로 변덕스럽고 언행이 종종 불일치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우리 딸 수고했어."

"오늘 멀리까지 와줘서 고마워. 덕분에 저녁 맛있게 먹었다. 건강 잘 챙겨라~"


엄마 생신을 앞두고 오늘 저녁엔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식사를 했고, 음식점 바로 앞에 서점이 있어서 천천히 둘러보았다.


"이 책 어때?"

엄마가 집어 든 책은 '호감 가는 말투에는 비밀이 있다'였고, 마침 내가 전에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

"괜찮아요. 쉽게 잘 썼더라고요."


오늘도 소장님과 의견 충돌이 생겨 말다툼을 벌였고, 머리가 아프다며 두통약을 찾았다.

"소장님이 뭐라고 해요? 엄마한테 왜 그러신대요?"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일단 엄마 편부터 들었다.

"모르겠다. 잘못한 건 순순히 인정하고 고쳐주면 되는데, 본인이 옳다고 고집을 피우네."

엄마의 얘기를 들으며, 속으로 예전의 엄마 모습을 떠올렸다. 엄마 역시 주관이 뚜렷한 데다 틀린 걸 맞다고 우길 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가끔 남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보고, 말도 좀 더 가려서 하는 편이다. 거기다 시간 개념도 생겨서 약속이 있는 날엔 미리 일정을 조율하거나 조금 서둘러 출발한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웬만하면 지키려 노력하고, 시간에 민감한 딸과 오래 같이 지내다 보니 엄마도 자연스레 변한 것 같다.


"엄마, 어떻게든 해결해줄 테니까 흥분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엄마, 그게 아니라... 제 입장을 얘기한 것뿐이에요."


감정에 충실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본인의 감정에 매몰될 때가 많다. 그럴 때면 주위에서 그걸 깨닫게 해 주거나 스스로 통제하려고 부단히 노력할 필요가 있다. 자식이나 주위 사람들이 자기한테 무조건 맞춰주길 바라기 전에, 스스로 말투나 행동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변해야 하는 건 자식뿐만 아니라 부모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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