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서 300명이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요? 그중에 압사가 50명이 넘는다고요?"
어느 주말 오전, 단톡방은 '이태원 참사'에 관한 얘기로 뜨거웠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 그저 한숨만 나왔다. 몇 달 전에 지인 결혼식 때문에 방문했던 곳이라 그런지, 사건 현장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사고가 일어난 장소는 다름 아닌, 이태원역 1번 출구 해밀턴 호텔 근처였다. 마침 숙소를 그곳으로 예약했었는데, 입구를 찾아 헤매느라 그 주변을 십 분 넘게 맴돌았던 것이다.
'아니, 어떻게 그 좁은 공간에 100명 넘는 인파가 몰릴 수가 있지? 삼사십 명만 들어가도 꽉 차서 비좁을 텐데...'
엄마 친구의 딸도 그날 축제를 즐기러 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 조용한 술집으로 이동했단다. 연인과 놀러 갔다가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난 사람, 엄마랑 같이 방문한 사람 등등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있었다. 간접적으로 소식을 들은 뒤에도 정신적 충격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데, 운 좋게 살아남았지만, 타인의 죽음과 고통을 바로 옆에서 경험한 이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어느 단체에서 사망자 명단을 공개해 논란이 되었다. 유족의 동의도 없이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컸다. 실제로 그들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의 눈에는 그렇게 비칠 수도 있다는 것,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하거나 피해를 입기도 한다. 참사로 인해 수많은 희생자가 생겼다면 누군가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명확하게 원인을 밝힐 필요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고,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가족이나 연인, 친구를 잃은 유가족에겐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죽음이나 사고 앞에선 예외가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나의 사소한 실수나 부주의가 타인의 고통이나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