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가족들과 강원도 여행을 간 적 있다. 스키장에서 누군가 공짜로 가훈을 적어준 적 있는데, 여동생이 했던 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인생은 타이밍이다.'
며칠 전, 에세이 두 권을 나눔 하려고 당근 마켓에 올렸다. 잠시 후, 나눔을 받고 싶다는 채팅이 도착해서 오늘 저녁으로 약속을 잡았다.
[죄송한데 제가 수욜까지 야근해야 해서요... 목요일엔 시간 어떠세요?]
일정을 살펴보니 목욜 저녁에 모임이 있긴 했지만, 7시쯤 출발하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날 6시쯤 보기로 약속했다.
출근해서 정신없이 업무를 보고 있는데,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오늘 6-7시 사이에 집 좀 볼 수 있을까요?]
6시 약속이 취소된 걸 어떻게 알았을까. 거기다 7시엔 필라테스 예약을 해둔 상태라 늦어도 6시 50분까진 집에 머물 예정이었다.
누군가와 약속을 했는데 일정이 바뀌거나 취소되면 일이 꼬이는 징크스가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선약한 날짜나 시간을 지키려고 한다. 하지만 오늘은 서로 타이밍이 잘 맞았는지, 아니면 그동안 애쓴 내게 격려라도 해주려는지 일정이 꼬이지 않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던가. 타인과의 약속을 쉽게 여기거나 본인 사정만 내세우는 사람 치고 성공하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나의 부주의나 예기치 못한 사정이 타이밍을 바꾸고, 결국엔 인생 전체를 바꿀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