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에 가입한 인원은 많은데 실제로 활동하는 회원은 대부분 채팅방에 있는데요. 수다를 원치 않는 분들도 있어서 정보방을 따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십여 년 전, 독서모임에 가입한 뒤 운영진을 맡게 되었고, 그 뒤로 여러 모임을 거치며 또다시 운영진을 맡고 있다.
새로 가입한 분들이 쉽게 적응하도록 도와주자는 취지로 만든, 신입 환영회.한두 달에 한 번씩 운영진과 신규 회원이 모여 서로 얼굴 익히는 자리를 가지고 있다.
모임을 며칠 앞두고, 운영진 한 명이 채팅방에 대한 안건을 올렸다.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서 일단 찬성했고, 의견을 덧붙였다.
하지만 운영진으로 활동하다 보면 별의별 일을 다 겪게 된다.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모임에 가입해 분위기만 흐리는 사람부터 회비를 내지 않고 잠수 타는 사람, 당일에 의사도 밝히지 않고 불참하는 사람 등등. 이젠 내공이 쌓여서 흘러가는 분위기만 봐도 어떤 일이 생길지 짐작이 간다.
그중에서도 어떤 회원 한 명이 모임장에게 앙심(?)을 품고 게시판에 운영진을 비방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된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모임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모임 일정이나 내용을 운영진과 미리 상의하도록 하는 회칙을 만들었는데, 그것을 과도한 간섭이라 여겼는지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올린 것이다. 물론 일반 회원의 입장에서 이해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한 개인을 지나치게 겨냥한 내용이 불쾌했고, 운영진을 싸잡아 비난하는 댓글 때문에 속상하고 화났다. 그래서 사실을 왜곡한 부분을 중점으로 반박 댓글을 올렸다.
"운영진이 대단한 권력을 지녔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솔직히 말해 돈 받고 일하는 것도 아니고, 모임을 위해 돈이랑 시간 써가며 봉사하는 건데 말이야."
"전 운영진 안 할 거예요. 그냥 편하게 참석하고 싶어요."
새로운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운영진 제안을 받는 걸 보면, 누가 봐도 난 운영진 상인가 보다 ㅋ하지만 운영진 역할에 대한 피로도가 높았기에 번번이 거절했고, 한동안 마음 편하게 지냈다.
그런데 지금은... 어쩌다 보니 또 운영진을 맡고 있다. 그것도 세 군데의 모임에서.
생각해 보니 난 운영진이 천직인 것 같다. 직장에서 관리자나 매니저 역할을 맡는 것처럼.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운영진을 맡은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모임을 좀 더 책임감 있게 꾸려가게 된다.
둘째, 모임을 운영하면서 리더의 역할을 자연스레 배우게 된다.
셋째, 다양한 사람과 친분을 쌓을 수 있다.
모임 운영도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일처럼 하는 성격이라 때론 스트레스를 받는다. 하지만 복잡한 일을 간단하게 해결하거나 체계가 잡혀가는 모습을 보면 남다른 뿌듯함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