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만큼은 아니지만, 부산도 나름 대도시인 데다 생각보다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다. 하지만 바다와 인접한 지역이라는 편견을 깨기는 여전히 어렵다.
"안 그래도 범어사 둘러보려 했는데 같이 갈래요?"
몇 년 전, 어느 카페에서 만난 외국인(태국 출신)과 범어사를 둘러보고 같이 점심을 먹은 적이 있다. 다행히 영어로 대화가 가능해 우리나라 역사와 커피에 대해 많은 얘길 나눌 수 있었다. 그녀는 휴가 내고 한국부터 시작해 중국과 일본을 여행할 예정이라고 했고, 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몇 차례 메일을 보내왔다.
도시 전체가 가로로 긴 데다 산이 많고, 강서구와 기장군이 생각보다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대중교통이 발달한 편이지만, 지하철이 닿지 않는 곳도 많다. 부산을 얘기하면 대부분 광안리나 해운대를 떠올리겠지만, 진짜 부산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역사 탐방부터 해보길 권하고 싶다. 특히 예전의 중심지였던 남포동이나 초량은 구석구석 볼 것들이 많다. 가깝지만 먼, 영도는 섬이나 다름없었지만 요즘엔 자가용이나 버스로 갈 수 있다.
주위에서 가끔 맛집이나 카페를 추천해달라고 한다. 그러면 특정 지역이나 원하는 컨셉을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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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포털 사이트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키워드 개수만큼 다양한 장소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한두 번 가보고 괜찮으면 하트 표시해두고, 요즘엔 영수증 리뷰도 남긴다. 이름은 잊어버려도 위치나 분위기는 기억난다. 이젠 간판만 봐도 분위기나 컨셉이 짐작 간다. 그리고 왠지 유명해질 것 같은 장소는 실제로 유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가끔 내 얼굴을 알아보는 음식점 사장님이나 바리스타가 있는데, 타고난 미식가라 그런지 신메뉴가 나오면 시식과 함께 피드백을 청하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 찜해둔 맛집 멋집
어쩌면 그 사이 사라진 매장도 있을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버티지 못하고 추억으로 남겨진 곳을 보면 애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