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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Nov 27. 2022

44화 로봇 청소기 때문에 다투게 된 사연


"로봇 청소기만 있으면 매번 청소 신경 쓸 필요 없잖아요. 돌아서면 먼지 쌓일 텐데..."


어느 주말 오전, 애삼이한테 청소기 한 번만 돌려달라고 부탁했는데 또, ' 로봇 청소기'를 언급해 참았던 불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청소하기 싫으면 그렇다고 얘기하면 되는데, 로봇 청소기 얘긴 왜 꺼내요? 지난번에 구입할 의사 없다고 얘기했을 텐데요."


살림은 장비 발이라는 여동생 말에 백 번 공감하지만, 혼자 사는 내게 식기세척기나 로봇청소기는 사치품이다. 물론 집안일이 귀찮아 때론 미루기도 하지만.


주말엔 애삼과 붙어 지낼 때가 많아서 집안일도 두 배로 늘어난다. 설거지는 곧잘 하지만, 이상하게 청소 얘기만 나오면 피할 궁리부터 하는 그이다. 하지만 그날 오전엔 다른 일정이 있어서 그에게 특별히 바닥 청소를 부탁했다. 십 분이면 해결될 일인데, 굳이 로봇 청소기를 언급하는 그가 이해가지 않을뿐더러 야속했다.


"아직은 일반 청소기로 커버할 수 있어요. 청소기 밀 힘도 없어지면 그때 생각해볼게요."

나중에 이사 가면 로봇 청소기를 선물해주고 싶다는 그에게 부드럽게 거절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은 표정이었다.


가끔 인터넷 쇼핑몰 링크를 공유하면 두 가지 의문이 든다.

'나한테 어떤 지 봐달라는 건가? 아니면 좋을 것 같으니 구입하라는 건가?'

쇼핑에 별로 관심이 없는 데다 때론 일처럼 여겨지는 내게 누군가 특정한 물건을 권유하면 부담감부터 생긴다. 그러나 애삼은 쇼핑 그 자체를 즐기는, 진정한 쇼핑 애호가다.


물론 가성비 좋은 물건을 구입하면 도움이 되는 건 맞다. 하지만 자신이 필요하다고 해서 다른 누군가도 그럴 거라고 믿는 건 착각이다. 특히 가전은 한 번 구입하면 쉽게 바꿀 수 없는 데다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해서 좀 더 신중해진다.


아무튼 로봇 청소기 때문에 다투면서 그와의 성향 차이를 좀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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