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중에 '고로고로 시타이'라는 표현이 있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뒹굴뒹굴하고 싶다'이다.
원래 부지런한 편이지만, 요즘처럼 추운 날씨엔 방구석에 누워 뒹굴뒹굴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얼마 전, 번아웃 증후군이 왔을 땐 소파에 드러누워 시체 놀이를 했었다. 티브이를 켜놓고 제대로 보지 않은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 적도 종종 있다.
특히 여러 종류의 앱과 단톡방은 수면이나 휴식을 종종 방해한다. 때문에 알람을 끄거나 진동으로 설정해뒀는데도 이따금 연달아 드르륵~하면 잠이 깨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얼마 전에 가입한 명함 앱 '리멤버'의 설정을 그대로 뒀더니 수시로 알람이 울린다. 곧바로 설정에 들어가 알람을 끄고 나서야 안심이 된다. 그래도 가끔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재밌기도 하고 왠지 위안도 된다.
현대인에겐 좀처럼 '아무것도 안 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 숨 쉬는 것 빼곤 진심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때가 많지만, 맡은 일이 많다 보니 머릿속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엉켜 있다. 매일 할 일을 메모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면서 거미줄을 걷어내려고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역시 불가능하다.
특히 주말 오전이나 밤늦게 누군가 연락해오면 달갑지 않다. 아침부터 전화해서 업무를 상의하거나 고민 있다며 길게 대화하려는 포즈를 취하는 순간, 나의 말투는 저절로 딱딱해진다.
"삼십 분 넘어가면 그때부턴 돈 받을 거야."
수시로 전화해서 고민 상담을 요청하는 친구를 견디다 못해 단호하게 얘기한 적 있다. 그때서야 친구는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할 말을 미리 정리해두곤 했다.
내 사정이 아무리 급해도 상대방의 입장이나 환경을 먼저 고려한다면, '아무것도 안 할 권리' 정도는 지켜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고로고로 시타이'를 간절히 외치며 누군가가 당신을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