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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밥 해도 괜찮아

by 은수달


혼밥, 정확히 말해 혼식을 밖에서 하게 된 건 대학생 시절이다. 복수전공이라 친구나 선배들과 시간 맞추기가 여의치 않아 자연스레 혼자 밥 먹게 되었다.


"왜 맨날 음식을 남겨? 나중에 벌 받을 거야."

"차라리 벌 받을래요. 억지로 먹고 탈 나는 것보단 나으니까요."


구내식당에서 같이 점심을 먹게 되면 밥이나 반찬이 내 양보다 많아서 종종 남기게 된다. 그럴 때마다 주위에선 한 마디씩 했다. 어릴 적에도 어른들은 또래보다 적게 먹는 날 걱정하거나 야단쳤다.


이젠 혼밥이 혼숙만큼 흔해졌지만, 아직 혼밥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다. 친구 K도 혼밥을 죽기보다 싫어해서 굶거나 억지로 밥 먹을 친구를 불러내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끔 수업 마치고 혼식한다는 얘길 들었다.



평일 점심은 주로 사장님이나 거래처 직원들과 먹는다. 그래서 메뉴 선택권이 거의 없다. 거기다 불편한 자리에서 식사하고 나면 꼭 탈이 난다. 하지만 오늘은 사장님이 출장 중이라 오랜만에 혼식하러 왔다. 새우 오일 파스타를 꼭꼭 씹어가며 음미 중이다.


카페나 도서관에서 근무할 때는 점심을 교대로 먹을 때가 많아서 저절로 혼식하게 되었고, 그러한 환경에 익숙해지자 이젠 혼자 먹는 것이 편할 때가 많다. 하지만 혼술은... 주위의 편견을 이기지 못하다가 몇 년 전, 일본 긴자에서 처음 시도해보았다. 바에서 외국어로 떠드는 사람들, 재즈 음악, 그리고 고독. 생각보다 꽤 괜찮았다.


일인 가구가 2050년에는 절반을 넘어설 거라고 한다. 직장인들은 바빠서, 혹은 귀찮아서 배달이나 편의점 음식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단다. 어쩌면 편도족 인구도 그만큼 증가하지 않을까.


혼자 밥 먹는 것이 꺼려진다면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자. 비록 혼자이지만 외롭지는 않은, 주인공이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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