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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Dec 16. 2022

46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바람 혹은 외도


"사랑한 게 죄는 아니잖아!"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남주 태오가 외쳤다. 물론 사랑 자체는 잘못이 없다. 문제는 가정 있는 남자가 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는 태도에 있다.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사람일수록, 사회적 지위가 높을수록 억압된 욕망은 빙산처럼 커져가고 어느 순간 폭발하고 만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하거나 불명예를 자초하는 거라면 여파는 커질 수밖에 없다.


운이 좋아서 그런지, 아니면 사람 보는 눈이 생겨서 그런지 지금까지 연인이 바람을 피운 적은(적어도 목격하거나 정황상 의심 간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주위엔 외도에 관한 얘기가 잊을 만하면 들려온다. 출산을 앞두고 남편이 외도한 사실을 알고 그 충격으로 유산한 지인부터 연인이 친구의 아는 동생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을 알고는 헤어질지 말지 고민하다 결국 이별한 대학 동기까지.


인간, 특히 남자는 유혹에 약한 동물이라 살면서 한 번쯤은 다른 이성에게 눈길이 가거나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마음이 끌리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원래 남자들은 번식 욕구가 강해서 연애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다른 이성한테 끌리게 되어 있어."

"그렇다고 모두 행동으로 옮기진 않아요."

"남자가 한 눈 파는 건 여자한테도 원인이 있어. 이성적인 매력이 계속 느껴지면 감히 바람피울 생각이 들겠어?"

남자 눈에 가장 이상적인 여자는 처음 본 상대라는 말도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책임을 전가한다고 해서 바람피운 사실 자체가 무효가 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여자 입장에선 더 못나고 한심해 보일 뿐.


유부남인 줄 모르고 일 년 넘게 사귀다 상대의 실체를 알게 되었을 때 A는 충격받고 헤어지자고 했다. 하지만 남자는 반려견을 핑계로 종종 연락하거나 집 앞에 찾아오곤 했다.

"언니, 그냥 그 사람 모른 척 받아줄까?"

"미쳤니? 그 사람이 당장 이혼하고 너한테 온대?"

"애들 때문에 이혼은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나랑 못 헤어지겠대."


그녀의 얘기를 들으며 아직 미련이 남았음을, 부질없는 지푸라기를 애써 붙잡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외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옷에 묻은 얼룩을 아무리 깨끗하게 지워도 그 흔적이 희미하게라도 남는 것처럼. 내가 옆에서 뜯어말린 덕분에 두 여자 모두 상대와 깨끗하게 헤어지고 지금은 잘 살고 있다.


상대의 외도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척하거나 받아준다면 그건 누구를 위해서도 아니다. 그렇게라도 상대의 껍데기를 붙들고 싶은, 나약하다 못해 초라한 자신 때문이다. 그러므로, 훗날 스스로 원망하거나 미안해지기 전에 바람은 바람에 날려 보내자. 억지로 붙잡는다고 손안에 머문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더 큰 상처를 남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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