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종지 엄마와 양푼이 딸 #4

by 은수달


"비행기 연착되어서 지금 데리러 가려고."


오늘은 제주도에서 여동생과 조카님들이 오시는 날이다. 당연하게도 엄마가 공항까지 픽업하러 간단다. 그리고 난 점심때쯤 본가에 가기로 했다.

'지금쯤 도착할 시간인데?'

오후 1시가 다 되도록 연락이 없어서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보았다.


"공항에 같이 갈래?"

"그냥 집에서 기다릴게요."

"시간이 늦어서 근처에서 점심도 먹어야 할 텐데..."

공항에 같이 가자는 말을 돌려서 전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거절한다.

"지금 가면 차도 많이 막힐 테고... 그냥 있을게요."


내가 만일 엄마였다면 어땠을까. 주말에 시간 내서 일부러 와준 큰딸이 점심도 굶은 채 가족들을 기다리게 했을까. 아니면 배고플 테니 먼저 먹으라고 했을까. 당연히 후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간장종지 엄마한테 '배려'라는 단어보단 멀리서 온 제주도 조카들과 '같이' 뭔가를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사 남매 중 장녀로 자라면 가족이 세상에서 가장 우선이 된다. 여기서 가족은 실질적 가부장인 '엄마 법'을 충실히 따르는 구성원을 말한다.


배고픔은 잠시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번번이 무시되거나 강요받는 이 상황이 싫을 뿐이다.

'그냥 수업 있다는 핑계 대고 저녁때 올걸...'

오늘 불꽃축제만 아니었어도 미리 시나리오를 짜서 오후 시간을 벌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공식 행사가 나의 자유를 방해하고 말았다.


그래도 간식으로 챙겨 온 먹태 덕분에 허기를 잠시 달래며 이 글을 적고 있다. 언젠가 엄마한테 말해주고 싶다. 엄마가 애지중지 키운 자식들 안에 나도 있다는 걸.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서툰 건 이해하지만, 엄마의 입장만큼 딸의 마음도 같이 헤아려줬으면 좋겠다고 기도한 날들이 수없이 많다고.


세상의 모든, 소외받은 자식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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