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비혼보다 결혼, 육아 말고 딩크족

by 은수달


"생각보다 자발적 비혼주의자가 드문 것 같아요."

"여건만 되면 대부분 결혼하고 싶어 하죠. 근데 기회비용이 상대적으로 보여서 고민하는 거고요."


며칠 전, 어느 커뮤니티에 결혼을 주제로 관련된 글을 올리면서 무기명 투표를 했다. 의외로 결혼 및 육아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딩크족도 비슷한 비율을 차지했다.


[마음 맞는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싶지만... 이러다 비혼 될까 봐 두려워요]

[아이 낳고 키우는 행복도 커요. 물론 힘들기도 하지만]

[부모로서 희생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닐까요... 그게 싫다면 비혼이나 딩크족을 선택해야겠죠]


본인도 조카들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이 많아서 공감한다는 사람부터 결혼해서 얻은 것도 많다는 사람까지 저마다 생각이 다양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카페 <직장인 탐구생활>


하지만 내가 옆에서 보고 들은 현실은 사뭇 달랐다. 당장 집값부터 고민인 데다 애들 키우려면 맞벌이해야 하는데 봐줄 사람이 없어서 걱정, 대출 금리가 올라서 영끌해선 장만한 집을 유지하기도 만만치 않다는 부부까지. 결혼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로 집값과 결혼비용을 꼽았다. 결혼한다고 하면 정부에서 지원금을 주거나 발 벗고 도와주는 건 아닐 테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학교 선배와 장기간 연애하다 결혼해서 딩크족으로 십 년 차인 친구가 있다. 결혼 전부터 서로 합의를 거쳐 양가 부모님을 설득했지만, 가임기가 지나기 전에, 나중에 후회하기 전에 아이를 가져야 하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친구를 보았다.

"정말 네가 원한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어. 하지만 육아 때문에 지금까지 누린 자유를 포기할 자신이 없다면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어."


그렇게 몇 달을 고민하던 친구는 딩크족을 유지하기로 결심했다.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데다 남편과 일 년에 한두 번 여행 다니기로 한 약속도 지키고 싶단다. 지금은 남편과 카페를 운영하면서 워라밸을 실천하는 걸 보니, 딩크족의 삶도 나름 행복한 것 같다.


하지만 일인가구 중 대다수는 장년층이라는 것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이다. 주위에 돌볼 가족 없이 혼자 쓸쓸하게 나이 들거나 고독사하는 경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작가 황두영은 혼인을 기반으로 가족이라는 형태가 유지되고 법적 보호를 받는 시스템이 지금 우리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내가 진짜 원하고 마음 맞는 사람과 같이 살 수 있는, 생활보호자법이 절실하다고 했다.


비혼이든 결혼이든, 우린 각자가 지향하는 삶의 형태가 있다. 제도적 한계에 부딪쳐 원치 않는 삶을 선택하거나 부당함을 감수하는 이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외롭지 않을 권리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간장종지 엄마와 양푼이 딸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