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조카님들이 병원 가는 날. 하지만 여동생 혼자 케어하기엔 역부족이라 도움을 청했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자 대기실 가득 환자가 있었다. 동생의 요청에 재빠르게 움직였고, 삼십 분 만에 접수부터 서류 발급까지 완료. 덕분에 늦게 도착한 조카님들이 많이 기다리지 않고 진료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복병은 따로 있었으니... 약속 안 지키기로 유명한 간장종지!!
"엄마 어디쯤이세요? 진료 다 끝나가는데..."
"지금 택시 타고 가는 중이다."
"방금 진료받고 나왔어요. 어디세요?"
본인이 어딘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 상습 지각범이다.
"점심 뭐 먹을 건데? 거기로 바로 가도 되고..."
하지만 중간에서 만나기엔 시간이 애매해서 엄마를 병원 근처에서 픽업한 뒤 음식점으로 향한다.
"엄마 옆에 앉을래."
"여기 테이블이 작아서 의자 놓을 곳이 없대. 그냥 먹자."
"싫어. 엄마 옆에서 먹을래."
또, 시작되었다. 막냇조카의 어리광이. 겨우 어르고 달래서 억지로 밥 먹이기에 성공.
"계속 떼쓰면 나중에 키즈 카페 안 데려간다."
"그럼 경찰 아저씨 부를까? 여기선 소리 지르고 떼쓰면 안 되는데..."
한 차례 진을 빼고 귀가한 뒤 조카는 피곤했는지 기절하듯 잠든다. 덕분에 휴식 시간이 생긴다.
"떡국 끓여먹을까?"
일찍 귀가한 아버지와 함께 식사하기 위해 엄마는 육수를 내고 난 달걀 고명을 만든다.
"얇게 펴서 구워야지."
"두껍게 구워서 얇게 썰면 돼요."
그렇게 이십여 분 만에 떡국 완성!!
엄마가 유튜브 보면서 야심 차게 만든 김장 김치와 곁들이니 칠첩반상 부럽지 않다. 본인이 얼마나 정성 들여 김치를 만들었는지 몇 번이나 강조해서 적당히 단장 맞춰준다.
"재료를 듬뿍 넣어서 그런지 시원하고 단맛이 많이 나네요."
"배추도 비싼 걸로 쓰고, 새우젓부터 배랑 무, 육수까지 아낌없이 넣었다."
가족들 먹이기 위해서라면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 간장종지 덕분에 우린 철마다 맛난 김치나 과일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
오늘도 간장종지 엄마와 양푼이 딸은 투닥거리면서도 한 팀이 되어 맛있는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