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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보다 Go

by 은수달


"담주에 지인이랑 여행 가기로 했는데, 그냥 가지 말까?"

"왜?"

"아버지도 편찮으시고, 이래저래 마음이 복잡하네."

"가기로 했다며?"

"그랬지. 근데 잘하는 건지 모르겠다."


간장종지보다 마음의 크기가 작은 K는 얼마 전에 지인한테 해외여행을 같이 가자는 제안을 받고 흔쾌히 수락했단다. 그러나 여권을 신청하고 나오는 길에 연락해서 고민 아닌 고민을 털어놓았다.


"잘한 선택인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는 거고... 나중에 후회를 안 해야 잘한 거지."


태어나서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가본 적이 없는 그는 제대하자마자 부모님과 같이 일하느라 청춘을 다 바쳤다. 그리고 마침내 독립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아버지가 쓰러져 독립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운영하던 매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반강제로 취업준비를 하게 된 그는 취직 전에 난생처음 해외여행을 갈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하필이면 여행을 며칠 앞두고 아버지가 조직검사를 받게 된 것이다.


물론 자식으로서 도리를 다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고민하는 그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진짜 내 인생을 살아볼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나도 지난 몇 년 간 연달아 쓰러진 부모님을 병간호하느라, 외할머니 병실을 지키느라 온전히 내 삶을 살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시간이 허락될 때 뭐라도 해보려고 애쓰는 것이다.


"할지 말지 고민되면 일단 해보는 거야."


주위 사람들한테 입버릇처럼 말한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고.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가 남는다면 마음이 조금 더 기우는 쪽으로 가는 거라고.


어느 가수의 노래 제목처럼 고민을 멈추고 앞으로 나아가거나 실행에 옮겨야 할 때가 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는 기회를 고민하다 놓치거나, 전쟁터에서 살아남느라 해외여행은커녕 가까운 곳에 나들이 가는 것도 여의치 않을 거라고, 경험에서 우러나온 직감을 강조하며 우물쭈물하는 그의 등을 반쯤 떠밀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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