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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by 은수달


"만일 상대 이름이 메리라면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해야겠죠?"


애삼이랑 같이 고기를 먹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왜 성탄절을 '해피 크리스마스(happy Christmas)'가 아니라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라고 하는지.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에 왜 대한민국 모텔의 빈 객실을 찾기 힘든지.


"잠이 없는 애들이랑 일박하고 선물 준비하고 영화 보느라 진이 다 빠졌네요."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J는 성탄절을 기념하기 위해 일주일 전부터 준비하느라 바빴단다. 조카 역시 도장에서 마술쇼를 봤다며 자랑했다. 제2의 어린이날인 셈이다.



솔로로 지낼 때는 가족과 함께 성탄절을 보냈고, 연애 중일 때는 같이 밥 먹으며 조용히 지냈다. 연휴라 차 막히고 시내에 나가면 혼잡하고... 거기다 선물까지 준비하게 되면 내겐 업무 연장전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통신사 멤버십으로 영화 할인해서 볼 수 있는데, 올빼미 볼까요?"

낮에 볼일 보고 가면 시간이 대강 맞을 것 같아서 예매한 뒤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중간에 시간 남아서 카페에 들렀고, 마침 다락방이 있어서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긴장감이 해소되는 순간 영화 끝나네요. 진짜 잘 만든 것 같아요."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 넘쳐서 시간이 금방 흘러갔고, 저녁으로 뭐 먹을지 고민하다 전에 몇 번 가본 고깃집이 떠올랐다.

"난 고기 많이 먹을 거니까 등심 300g 주문할게요."

"난 소식가니까 단품으로... 근데 이 칼 탐나네요."


음식점 입구에 트리가 있어서 성탄절 분위기가 제법 났고, 덕분에 따뜻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온 세상이 들뜨는 날에 누군가는 출근하거나 추운 곳에서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 무거웠다.


이주 노동자들이 불법으로 개조한 곳에서 지낸다는 뉴스를 얼마 전에 봐서 그런 건지도.


"내년엔 성금 하거나 복지관 같은 데 물품이라도 보내야겠어요."

그동안 당근마켓 등을 통해 나눔을 실천해 왔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추위에 떨거나 눈 때문에 피해 보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다들 눈길 조심, 독감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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