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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속에서 맹렬하게: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면서

by 은수달


학창 시절, 누군가를 이유 없이 미워하거나 미움받은 적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한때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학폭(=학교폭력)은 시대를 거듭하면서 점차 지능적이고 한편으론 잔인해졌다. 문제는 학폭이 학생들 간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돈 많고 권력까지 가진 학생들의 괴롭힘을 당하는 '동은'이라는 인물이 훗날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흔하지만 왠지 남의 일 같지가 않은 건 단지 등장인물들의 실감 나는 연기 때문일까.


[이미지 출처: 네이버 검색]


"복수는 침묵 속에서 맹렬하게 하는 거예요."


어설픈 가해자가 되느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히 복수하겠다고 마음먹은 동은. 그녀의 꿈은 바로 자신을 무참히 짓밟은 '연진'을 추락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당당하게 임용교시에 합격해 교사가 된다. 그리고 자기 편도 만든다.


나도 학창 시절에 부반장과 친하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바로 현정. 꿈에도 나올 정도로 그녀의 괴롭힘은 끈질기고 교묘했으며, 다수의 힘을 이용했다. 그래서 학폭을 당하는 아이들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한다. 누군가의 미움이나 질투가 한 인간을 얼마나 나약하게 만드는 지도. 하지만 약육강식의 원리는 인간 사회에서 훨씬 복잡하게 적용된다. 억울하다고, 두렵다고 스스로를 포기하기엔 이 세상이 너무 험난하고 갈 길이 멀다.


자신을 괴롭힌 학생들의 이름을 전부 언급하고 자퇴를 선언한 동은은 첫 번째 복수를 이룬다. 그리고 두 번째 복수를 위해 세상 밖으로 나가 스스로 돈도 벌고 자립하게 된다.


"피해자들의 연대와 가해자들의 연대는 어느 쪽이 더 견고할까?"


프로파일러처럼 복수 대상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는 동은의 마음속 깊은 곳엔 증오와 더불어 외로움이 존재한다. 다른 애들이 자신을 괴롭힐 때 아무도 도와줄 이가 없었기에 홀로 견뎌야만 했던, 지독한 외로움. 나 역시 남들이 비난하거나 조롱할 때면 군중 속의 고독을 뼈저리게 느꼈고, 세상을 향한 복수의 칼날을 은밀하게 갈았다.

'당신들이 틀렸다는 걸,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말 테야.'


앞으로 그들 앞엔 어떤 미래 혹은 복수극이 펼쳐질까. 두렵지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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