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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Feb 21. 2023

러브바이스: 소심한 남자 vs 대범한 여자


"연애 상담 좀 해줄래?"


최근에 연애를 시작한 A로부터 상담 요청을 받았다. 오랜 휴식기 끝에 시작한 연애라 누구보다 도움이 되고 싶었다.


연애 상담을 수십 차례 하다 보니 원인 분석부터 해결책까지 체계적으로 상담해 주는 기술을 익히게 되었다. 거기다 '러브바이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미혼 남녀들을 대상으로 연애의 목적부터 문제점, 지향점까지 허심탄회하게 얘기 나누어서 더욱 큰 도움이 되었다.


자영업에 오래 종사하다 예기치 못한 변화로 이직을 준비하게 된 A는 소심하고 섬세한 데다 자칭 유리멘털이다. 사소한 일에도 집착하고 끝까지 파고드는 성격 때문에 대인관계에서도 종종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물론 특정 직업에 있어서는 이러한 성격이 장점으로 발휘할 때도 있지만, 연애에서는 단점이나 약점이 될 때가 많다.


A의 고민

1. 자주 연락하고 지내지만 상대와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것 같아서 답답하다.
2. 물리적 거리 때문에 자주 볼 수 없어서 친해지는 데 한계가 있다.
3. 상대가 나를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연인들이 흔히 하는 고민을 A는 3종 세트로 가지고 있었다. 여행지에서 B를 만나 연락처를 주고받았지만, 물리적 거리부터 언어의 한계, 성격 차이까지 넘어야 할 산이 몇 개나 있었다.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문제점이 좀 더 선명하게 보였고, 그에 따른 해결책도 같이 떠올랐다.


"그녀가 원하는 건 좀 더 현실적이면서 단단한 관계인 것 같아. 그리고 종종 보고 싶다고 하는데 그럴 수가 없으니까 답답하기도 하고."

"현실적 거리를 처음부터 알고 시작한 관계니까 그건 서로 감수해야 할 거고. 그쪽에서 단단한 관계를 원한다는 건 지금 관계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뜻이야."

"맞아. 나도 그녀에 대해 잘 모르는 데다 연락도 자주 안 하는 편이라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난 좀 더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데, 그쪽은 아닌 것 같고."

"너한테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성향일 수도 있어. 나도 평소엔 톡을 잘 안 하는 편인 데다 내 얘기도 많이 안 하거든."


"그래도 좋아하면 상대의 사소한 것까지 궁금해지지 않나? 누구랑 어디서 뭐하는지 등등."

"궁금해도 그걸 표현하지 않거나 딱히 궁금하지 않은 경우도 있어. 그리고 연락의 빈도가 애정의 크기랑 비례한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고."

"나도 좀 더 자주 연락하고 싶은데, 괜히 방해되거나 혼자 앞서 가게 될까 봐 망설여져. 가끔 단답형으로 대답하거나 거리 두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주로 누가 선톡해?"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아. 바빠서 연락 못하면 그쪽에서 먼저 연락 오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럼 관심이 전혀 없거나 애정이 식은 건 아니네."

"그녀는 의외로 대담하고 단순한 면이 있는 것 같아.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고."

"두 사람 사이에 온도 차이도 생각보다 크고."

"맞아. 그래서 이 관계를 계속 이어가야 하나, 아님 자연스레 거리를 둬야 하나 고민이 되더라고."

"그걸 선택하는 것도 네 몫이겠지. 대신 너만의 확고한 기준이 있어야 관계를 이어가든, 그만두든 너한테 도움이 될 거야."


관계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서로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다. 의심이 때론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쓸데없는 집착으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계속 네 기준에서 그녀의 행동을 분석하고 의심하고 있잖아. 그 친구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될 거야. 그리고 그녀의 캐릭터가 어떤지 좀 더 연구가 필요한 것 같아. 만일 네가 그녀라는 인물을 연기한다면, 제대로 된 분석이나 감정이입이 필요하지 않겠어?"


일명 연극효과이다. 상대방의 사소한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거나 이해가 어려울 때 사용하면 좋다. 연애 역시 크게 보면 인간관계 중 하나이자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때론 과감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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