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갈팡질팡, 우연의 연속

by 은수달


갈팡질팡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버나드 쇼


인생은 실수와 우연의 연속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유명한 사상가나 미래학자도 자신의 인생 앞에선 속수무책일 때가 많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일이 더 꼬이기 전에 마음을 다잡을 것인가.


"오늘 점심 때는 과장이랑 셋이서 돼지갈비 먹으러 가자."

오전 10시경. 외감 업무 때문에 사무실에 등장한 사장님.

"좀 전에 식사 3개 취소했는데요... 1개 더 취소가 될지 모르겠어요."

"해달라고 해야지."


곤란한 일처리는 대부분 나의 몫.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맛있게 점심을 먹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무섭게 "어, 사무실에 핸드백 두고 왔네."라고 외치는 사장님.

"어떻게 하실 건가요?"

"미안한데 사무실에서 갖다 줄래? 좀 있다 바로 볼일 보러 가야 하거든."

예전 같으면 당당하게 가져오라고 했을 테지만, 내가 추천해 준 책을 읽고 말투가 바뀌었다.



곧바로 과장님을 태워 사무실로 향한다.

"좀 있다가 전화 와서 버럭 하시는 거 아니에요? 어디고? 아직 멀었나? 하면서."

"맞아요. 최대한 빨리, 안전하게 가야죠."


직장에서 음식점까지는 자가용으로 15분 정도 걸린다. 잽싸게 도로를 달려 목적지에 도착하자 사장님이 미리 나와서 대기 중이다.

"사무실에 둔 보조가방은 나중에 회장님한테 전해줘라."

"저 오늘 반차 쓸 건데 어쩌죠?"

"그럼 과장한테 부탁하고."


원래 사장님 일이 건너 건너 과장님한테까지 넘어갔다. 우린 피고용인이니 아무리 사적인 부탁이라고 해도 거절하기 힘들다. 거기다 며칠 전에 사장님 자가용이 접촉사고 나서 센터에 맡긴 상태다.


'점심 먹고 우체국 들렀다 근처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나 마시려고 했는데... 일단 우체국부터 가야겠다.'


도로에 진입한 순간 주유등에 불이 깜박인다.

'아 맞다. 퇴근하는 길에 주유소 들르려고 했는데... 사장님이 재촉하는 바람에 깜박했네.'

곧바로 내비게이션으로 인근 주유소를 검색하자, 유턴해서 돌아가라고 안내해 준다.

'생각보다 한참 돌아가는데? 그냥 가다가 보이면 적당히 넣자.'

그렇게 십 분 정도 달리니 목적지 근처에 주유소가 보인다. 주유하는 동안 회장님한테 전화를 걸어 사장님 가방을 챙겨달라고 부탁한다.


'잘 되던 네비랑 후방 카메라도 안 되네. 고장 난 건가?'

머피의 법칙이라고 했던가. 한 번 일이 꼬이자 후폭풍이 이어진다. 계획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엔트제에겐 이 상황 자체가 스트레스다. 하지만 이미 이렇게 꼬여버린 이상 마음을 내려놓는 수밖에 없다.


"다른 곳에서도 면접 보라고 연락 왔는데... 어딜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어."


"행복한 고민이네. 둘 다 장단점 따져보고 비슷한 조건이라면, 네가 좀 더 일하고 싶은 곳을 선택해. 실제 업무량이나 분위기는 겪어봐야 아는 거니까, 고민해 봤자 시간낭비야. 그리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봐. 이미 지나간 일이나 불확실한 미래에 집착하지 말고."


얼마 전, 진로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에게 조언해 주었지만, 실은 나 자신에게 하는 당부이기도 했다.


갈팡질팡하느라 눈앞의 좋은 기회나 인연을 놓치는 대신, 현재를 잠시라도 붙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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