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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에세이스트
아빠와 딸, 고기쟁이
by
은수달
Mar 14. 2023
"점심 뭐 먹을래?"
"고기요."
일주일에 한두 번 아빠랑 점심을 먹는다. 메뉴는 주로 내가 정하지만, 고르기 힘들 땐 아빠가 대신 정해준다.
"지는 게 이기는 거다. 엄마 말엔 웬만하면 '예스' 해야지."
가난한 집안에서 차남으로 태어나 소신 있게 살아온 아빠지만, 엄마 앞에선 예스맨이 된다. 덕분에 다혈질인 데다 감정 기복이 심한 엄마를 달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며칠 전, 엄마를 열받게 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정확히 말해 주차장 접촉사고.
아빠가
해외여행에서 돌아온 기념으로
다 같이 점심 먹은 후 엄마를 모시
고 기분 좋게
퇴근했다.
"주차장에서 코너 돌다가 문짝 세게 긁었다."
귀가 후 저녁 먹고 있는데, 엄마로부터 걸려온 전화. 흥분한 기색이 역력하다.
보험 처리한다고 해도 수리비가 엄청 나올 거란다.
'아빠한테 잔소리 몇 차례 퍼붓겠네.'
찌그러진 차문보다 엄마한테 들들 볶일 아빠가 걱정되었다.
맛있게 고기를 먹으면서도 아빠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후 근처 테라스에서 커피 마시고 가자고 하셨다.
"여기 분위기 괜찮네."
"차는 수리 맡겼어요?"
"내일 맡기려고."
"수리비 좀 나오겠네요. 엄마한테 한 소리 들으셨죠?"
"그렇지 뭐. 속도를 줄였어야 하는데... 매일 다니는 길인데..."
"사고가 나려고 그랬나 봐요. 저도 주차장에서 실수로 긁은 적 있잖아요."
주차장 접촉사고 유경험자라 그런지 아빠의 심정과 당시 상황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막다른 길에서 어디로 갈지 망설일 때, "어차피 벼랑 끝이라서 물러설 곳도 없잖니. 네 마음 가는 대로 해."라고 한 아빠의 말씀이 내내 위안이 되었다.
삼 남매가 어릴 적엔 운동하거나 친구들이랑 어울리느라 가족을 외면하기도 했지만, 가끔 내 마음을 몰라줘서 야속할 때도 있지만, 다시 태어나도 난 아빠의 딸이 되고 싶다.❤️
부산축산농협 한우프라자
부산 강서구 낙동남로 4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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