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도 괜찮아: 60대 혼족 사장님

by 은수달


"최근에 발견한 맛집으로 모시겠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 만나는 거래처 사장님은 몇 년 전에 아내를 먼저 떠나보냈지만 본업에 충실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


오늘도 사무실 앞에서 사장님과 날 태우고 어디론가 향했다. 자가용이 멈춘 곳은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한정식 집이다.



"여기 굴비 정식이 맛있어요. 반찬도 깔끔하게 잘 나오고요."


"혼자 지내면 밥 챙겨먹기 귀찮지 않나요?"

"귀찮지만 직접 해 먹는 게 입맛에 맞아요. 밥만 도우미 아주머니가 해주고 반찬은 대부분 만들어 먹거나 가끔 마트에서 사 먹어요."


"딸은 서울에서 일하다가 고향 내려와서 자리 잡고 잘 지내는데, 아들은 영 뜻대로 안 되네요. 밥 한 끼 살 줄 모르는 구두쇠예요."

"요즘엔 부모가 자식한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자식한테 배우는 것 같아요."


제조업에서 삼십 년 넘게 일하며 자식들을 뒷바라지 한 사장님은 아내와 사별한 뒤 혼자 지내고 있다. 가끔 딸이나 아들을 만나 밥도 먹고 얘기도 나누지만, 혼족의 삶에 그런대로 만족한단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한가하게 놀러 다닐 시간이 어딨 나요? 거래처 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 발견하면 구경하다 오고 그래요."

"맞아요. 축제 기간에 가면 차도 막히고 사람도 많고... 평일에 조용히 둘러보는 게 맘 편하죠."


"친척들은 더 늦게 전에 재혼하라고 하는데... 굳이 그럴 필요 있나요. 지금처럼 취미생활 즐기며 살면 되죠."


혼자라서 외롭거나 주위의 시선이 의식될 법도 한데, 자식들과의 세대 차이를 좁히려 애쓰며 혼족의 삶을 즐기고 있다. 그분을 보면서 십 년, 이십 년 뒤의 내 모습을 그려보았다.


'나도 경제적으로 좀 더 안정되면 취미생활도 즐기고, 좋은 사람들도 곁에 둬야지.'


평균의 삶을 머릿속에 정해놓고 거기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비정상이라 규정짓거나 비난하는 우리 사회. 그 속에서 신념을 지키면서 살아가려면 내면이 좀 더 단단해져야겠지.


60대 혼족, 멋쟁이 사장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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