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금요일

by 은수달


오늘 아침, 구름이 잔뜩 낀 줄 알고 창문을 여니 안개가 자욱하다.


자가용을 타고 출근하면서 영화 <모래와 안개의 집>을 떠올린다.


마침 신호등 하나가 고장 나서 안 그래도 혼잡한 도로가 더욱 막힌다.

'천천히, 앞뒤 좌우 살피자.'


속으로 외치며 무사히 사무실에 도착하니

과장님이 김밥을 먹어보라고 권한다.


냉장고에서 수프를 꺼내 와 같이 먹으니 제법 든든하다. 끼니를 때우고 나니 9시경. 본격적인 업무 시작이다.


"오늘 점심 때는 마라탕 먹자. 아는 동생이 개업했단다."


다혈질에 답정너 사장님의 제안을 어찌 감히 거절할 수 있겠는가.


전에 먹어본 적 있지만 매장마다 맛이 제각각이라 기대 반 걱정 반. 마라탕이랑 딤섬 주문했는데 십 분이 지나도록 나올 생각을 안 한다.


포장 주문한 다른 손님도 인상이 별로 좋지 않다.

생각보다 많이 기다렸나 보다.


드디어 요리 등장!!

생각보다 덜 맵긴 했지만 살짝 아쉬운 맛이랄까...

딤섬도 많이 먹어본 듯한.

배는 차지만 마음은 차지 않는 음식.


"다음에 다시 오자는 말은 못 하겠다."


입맛이 그리 까다롭지 않은 사장님도 마음에 안 찼는지 표정이 별로다.


거기다 주방은 어수선하고 계산하는 모습도 영 서툴다. 바리스타 유경험자로서 포스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주문받고 나서 음식 만들고 계산하는 것까지 미리 연습해 봐야 손님 앞에서 실수 안 해요."


어쨌든 사무실로 돌아와서 커피 마시며 잠시 수다를 떤다.


"이번에 분양받은 아파트에 옵션이 생각보다 많네요. 거실에 라인 조명을 할지 일반 조명을 할지 고민이에요. 라인 조명 어둡지 않나요?"

"저희 집도 라인 조명인데 생각보다 밝더라고요."

"수납장부터 팬트리 선반, 에어컨까지 거의 다 옵션이에요. 옵션가만 천만 원 정도 든대요."

"와, 요즘 세상에 수납장도 없다고요?"

"분양가를 조금이라도 낮추려고 그런 것 같아요."

"아무리 그래도 브랜드 아파트인데 너무하네요."


얼마 전에 청약에 당첨된 과장님은 계약을 앞두고 이런저런 고민에 빠졌다. 아파트 옵션도 제각각이라 미리 알아두면 비용도 줄이고 선택지도 좁힐 수 있다.



퇴근 후,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린다. 금요일 오후라 그런지 이용객들이 생각보다 많았고, 자료실을 돌아다니며 추억을 떠올린다. 사서로 일하면서 책들에 둘러싸여 속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를 때가 많았었지.


귀가하자마자 긴장이 풀리면서 어제 남은 떡국을 데워먹는다. 고모한테 얻어온 김치와 얼마 전에 마트에서 구입한 오징어튀김과 함께.


삶은 고구마와 어제 쿠팡에서 구입한 구운란도 간식으로 먹는다.


그래, 이게 금요일의 행복이지.


아니, 뭘 해도 즐거운 날이지.


더군다나 내일은 지인들과의 여행이 기다리고 있으니.



모래와 안개의 집 : 네이버 영화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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