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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에세이스트
환경이 호르몬도 바꾼다
by
은수달
Mar 22. 2023
요즘 환경 호르몬이 이슈다. 아니 , 예전부터 위험성을 전문가들이 경고했는데도 우린 줄곧 무시하다 이제 와서 호들갑이다.
인공 조미료나 화학 물질에 유난히 민감한 내 몸은 환경이 오염되면서 더욱 예민해졌고, 호흡기가 약해서 철마다 비염이나 감기를 달고 지낸다.
하지만 만성질환 외에도 나를 괴롭히는 녀석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환경의 변화!!
일 년 내내 일에 시달리고 이사한 뒤에도 격무가 이어지다 보니 번아웃이 제대로 오고 말았다. 꾸역꾸역 출근하면서도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거기다 어머니는 회사랑 가깝다는 명분으로 수시로 내 집에 드나들며 사생활 침해를 당당하게 했다.
그러다 얼마 전, 유방에서 돌덩이 같은 멍울이 만져졌다.
'어라? 혹이 이렇게 크고 단단했었나?'
고민하다 인터넷 검색으로 비슷한 증상을 찾아보았고, 하루라도 빨리 내원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내일 오후에 반차 쓰고 병원 가려고요."
"어디? 산부인과?"
"아뇨. 유방외과요."
"전에 조직검사받지 않았니?"
"경과 보러 갔을 땐 별 이상 없었는데 얼마 전부터 혹이 커진 것 같아서요."
"뭐? 그걸 왜 이제 얘기해? 진작 병원에 가보지."
"증상 발견하고 바로 예약했어요."
"그럼 같이 가보자. 혹시 종양일지도 모르잖아."
"괜찮아요. 혼자 갈게요."
"그래도 엄마인 내가 같이 가야지."
그동안 날 그렇게 괴롭혀오던 간장종지는 새삼 엄마 노릇을 자청하며 따라나섰다. 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걱정을 내비치며 지인들한테 전화를 걸어 전문병원을 수소문했다. 검사 시간이 길어지자 간이 더욱 타들어간 엄마.
"왜 갑자기 혹이 커진 걸까요? 혹시 종양 아닌가요?"
"가끔 이렇게 커지는 경우도 있어요. 혹 안에 물이 가득 차서 단단하게 느껴지는 거고요."
당사자인 나보다 더 긴장하고 놀란 간장종지가 이것저것 묻자, 담당의사는 차분하게 설명해 준다.
"우선 혹 안의 물을 일부분 빼서 혹시나 안 좋은 성분이 있는지 정밀검사 할 겁니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엄마의 마음을 읽었는지 의사가 달래듯 얘기했다.
"그래도 천만다행이다. 암일까 봐 어젯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거든."
"암 이래도 치료받으면 되죠."
"넌 어쩜 그렇게 대범하니? 엄만 아직도 가슴이 진정이 안 되는데..."
물론 나도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걱정한다고 증상이 사라지는 것도 아닐뿐더러 암으로 진단받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단지 수술과 입원이라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그 때문에 일정이 꼬이는 것이 내키지 않을 뿐.
우린 태어난 순간부터 시한부 인생을 살아간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인간이라는 유한성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렇기에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무튼, 길고도 스펙터클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좋은강안병원 암센터
부산 수영구 수영로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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