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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에세이스트
원래 바쁜 월요일과 분갈이
by
은수달
Apr 10. 2023
"은행 가는 길에 붕붕 들러서 나무 몇 개 사자."
오늘은 사장님과 함께 은행가기로 약속한 날이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빈 화분을 살펴보더니 대뜸 '화훼'단지에 가자고 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뒤 미리 준비해 온 화분을 꺼내 난을 심어달라고 했고, 빈 화분에 심을 묘목도 골랐다.
"복도에 햇빛이 안 들어와서 그런지 겨울에 다 죽어버렸어요."
"원래 겨울이 고비죠.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애들로 골라드릴게요."
이름은 생소하지만 어디서 본 듯한 묘목을 보고 있으니 저절로 힐링되는 기분이 들었다.
"트렁크에 안 실릴 텐데요. 뒷좌석에 실어드릴까요?"
"그럼 안 흔들리게 제가 뒤에서 잡을게요."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은행 업무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일이 꼬이는 바람에 사장님과 머리 맞대고 묘책을 마련했다.
"여기 해장국 맛있네."
한 시간 가까이 복잡한 일에 신경 썼더니 허기가 졌고, 우린 은행 근처 해장국 집으로 향했다.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분갈이 준비 시작. 사장님이 묘목을 옮겨 심는 사이 물을 양동이에 한가득 받아왔다. 물을 주기 전에 영양제도 골고루 뿌려주었다.
"다 심어놓으니 예쁘네요."
새 집(?)을 장만한 묘목들을 보고 있으니 절로 뿌듯해졌다.
바닥에 흩어진 흙을 쓸어 담고 뒷정리를 하면서도 피곤하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안 그래도 컨디션이 안 좋아 사무실을 지키는 것이 걱정되었는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월요병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잘 자라, 애들아.
부디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건강하길.
붕붕화훼판매장
부산 강서구 대저로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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