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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May 15. 2023

49화 호의와 호감 사이


[전남친이 한 번씩 제 인스타 스토리 보고 가는데... 무슨 뜻일까요?]


1. 심심해서

2. 문득 궁금해서

3. 손가락이 실수해서


헤어지고 난 뒤에 허전함과 그리움을 달래려 그 사람의 SNS를 훔쳐보거나 늦은 밤에 불쑥 연락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의 프사나 상태 메시지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스쳐 지나가는 행동에 의미 부여하기.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얘기해서 사귈 때 내게 서운하게 했거나 소홀했던 사람이 뒤늦게 깨달음을 얻고 다른 사람으로 변할 가능성은 0.00000001%이다. 그 희박한 확률에 기대어 울고 웃는다면 당신의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은가.


썸을 타거나 연애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린 호의와 호감을 구별하기 위해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거나 누군가한테 조언을 구한다.


"요즘엔 나 혼자 섬인 경우가 많대."

"그래서 중간 점검이나 확인이 필요한 거야."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아니라는 걸 확인하면 너무 비참하잖아."

"맞아. 짝사랑이 아니라면 상대의 마음이나 의사를 좀 더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지."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이란 에세이가 있다. 친절하게 웃으면서 호의를 베풀었는데, 상대방은 결혼까지 상상하는 현상을 비꼬아서 표현한 제목이다. 물론 쓸데없이 여지를 주는 상대한테도 일부분 책임은 있겠지만, 자신의 기준에 맞추거나 편한 대로 생각해 버리는 것도 문제다.


"보통 밥 먹자면서 연락처 물어보면 빠른 시일 내에 약속 잡지 않나요?"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했다면 그럴 가능성이 높죠. 근데 가끔 아닌 경우도 있더라고요."


어디까지가 호의이고, 어디부터 호감인 걸까.

사람마다 그 기준이 다르니 딱히 정답을 얘기할 순 없다.


다만 누구한테나 잘해주는 사회적 호감과 특정 사람한테만 잘해주고 챙겨주는 이성적 호감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선수라도 약점은 존재하며, 여러 사람 이용하면 결국 구설수에 오르기 마련이다.


새벽 2시에 술 마시고 전화하거나 '자니?'라는 의미 없는 메시지를 보내는 상대한테 괜한 희망을 품지는 말자.


프사에 두 사람만의 비밀 장소를 올렸다고 해서, 상태 메시지에 이별을 후회하는 뉘앙스를 풍긴다고 해서 그 사람이 꼭 당신이란 보장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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