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준공한 지도 어느덧 6개월.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고, 이래저래 잘 넘기다 보니 종소세 신고 기간이 돌아왔다.
"혹시 원룸 비는 거 있나요?"
준공하기 무섭게 원룸을 찾는 문의 전화가 걸려왔고, 운 좋게 열흘 만에 4건의 계약을 마쳤다. 하지만 세입자 특성이나 요구사항이 저마다 다르다 보니 거기에 대응하느라 진땀 빼기도 했다.
낮엔 손주들 봐주고 저녁엔 혼자만의 공간이 필요해서 이사 오게 된 201호 어르신. 계약일에 깐깐하게 굴어서 입주한 뒤에도 불평이나 요구가 많을까 봐 걱정했는데, 의외로 조용히 잘 지내고 있다.
손주들 돌봐주다 지쳐서 독립 선언하고 직장 구해서 이 동네로 오게 된 202호는 50대 중반으로 깔끔하고 성실한 성격이다. 가끔 복도 청소도 해주겠다며 열정을 보였지만, 초반에 하자보수 때문에 약간의 갈등을 겪기도 했다. 그래도 가끔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고 간식도 챙겨주는, 인정 많은 분이다.
학원강사로 일하고 있어서 좀처럼 마주칠 일이 없는 203호. 유난히 하자 문의가 많아서 의도치 않게 자주 얼굴 본 사이다. 그래도 예의 바르고 귀찮은 기색 없이 하자 보수에 협조해 줘서 고맙고 한편으론 미안하다. 며칠 전엔 임차료가 늦어서 미안하다며 입금했다는 문자도 직접 보내왔다.
직장생활이 처음인 204호는 집 보러 올 때에누나(?)를 세 명이나 데리고 와서 기억에 남는다. 담배도 안 피고 집도 깔끔하게 쓸 것 같았는데 역시 첫인상이 맞았다. 중간에 공과금 고지서를 챙겨가지 않아서 처음엔 대신 내주고 다음부턴 잊지 말라고 현관문 앞에 두기도 했다.
대부분 집주인이나 건물주가 갑질한다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그런 이미지로 보이거나 불쾌감을 줄까 봐 조심스레 대하되, 중요한 부분에 대해선 나름의 매뉴얼을 만들었다. 가스비, 전기요금 등은 시비가 붙을까 봐 세대별로 분리했고, 하자를 발견하면 즉시 알리고 적극적으로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임차료가 제 날짜에 들어오지 않으면 하루나 이틀 정도 기다렸다 문자 메시지로 입금 요청을 하면 된다. 3개월 이상 연체되면 계약 해지의 사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니 임대인 재량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혹시라도 화재가 발생할까 봐 화재보험도 들었다. 소화기는 보이는 곳에 비치하고, 한 번씩 상태 점검하기. 상가주택뿐만 아니라 일반 건물에서도 숙지하고 있으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