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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May 30. 2023

#28 익숙하지만 낯선, 서울나들이

01. 인생우동과 재즈


"이번엔 투덜거리지 말고 불편한 거 있음 바로 얘기해요."


지인 결혼식 때문에 작년 6월, 애삼이와 함께 서울 나들이 다녀왔다. 날이 더운 데다 동선이 길어서 그는 종종 투덜거렸고 결국 크게 싸우고 말았다. 이번 여행도 그렇게 될까 봐 미리 다짐을 받아두었다.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일과 공부를 병행하며 6년 가까이 살았더니 반은 서울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가끔 출장이나 여행 가도 그리 낯설지 않고, 길도 잘 찾는 편이다. 하지만 누군가와 동행하는 순간 달라진다. 길 안내는 물론 소소한 불만이나 요구까지 들어주다 보면 지치고 만다.


1일 차: 김포공항-토요코인 강남-현우동-커피휘엘-올림픽공원(서울재즈페스티벌)
2일 차: 잠실롯데백화점-석촌호수-욕망의 북카페-안국동-소현당-스낵서울-거울한옥
3일 차: 국립현대미술관-부산집 막국수-종로살롱-김포공항


14년 만에 드디어 재즈페스티벌 본다는 설렘도 잠시, 비가 계속 쏟아져 야외 공연 보류하고 실내 공연부터 보기로 했다. 숙소에 짐을 맡기고 논현동에 들러 우동 먹고 건너편 카페로 향했다. 몇 년 전, 워크숍 때 방문한 두 곳이다. 그 사이 인테리어랑 직원이 바뀌었지만, 음식이랑 커피 맛은 거의 그대로였다.


미쉘린 맛집으로 소개된 현우동 메뉴는 현지 우동이랑 맛이 거의 비슷하다. 쫄깃한 면발에 아삭한 식감의 튀김을 먹다 보면 '행복해'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건너편에 자리 잡은 커피휘엘은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한다. 주문가능한 커피는 따로 표시를 해두었고, 인테리어도 무채색 바탕에 핑크색과 간접조명으로 포인트를 주었다.


산미가 적고 단맛과 고소함을 잘 살린, 게이샤 내추럴. 그리고 살구의 새콤달콤함이 살아있는 파운드케이크. 손님이 앉은 위치에 따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공간 속에 사람이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오후 4시경, 지하철 타고 올림픽공원에 도착하니 페스티벌 안내 현수막이 보여 따라갔다. 안내소에 들러 티켓을 교환하고 비옷이랑 지도도 받았다. 생각보다 비가 많이 와서 실내부터 둘러보았다.

"5시 공연 보다가 비 좀 그치면 야외로 이동하죠."

그러나 비는 계속 쏟아지고 공연도 입장제한. 우선 끼니부터 때우기로 했다. 외부음식은 반입금지라서 애삼이 스낵바에서 닭강정 구입하는 동안, 야외 테이블 둘러보았다.

"빈자리가 없어요. 관람객에 비해 테이블이 넘 적네요."

고민 끝에 공연장 복도에 돗자리 깔고 간식 먹으며 다음 공연을 기다렸다.

"비싼 돈 주고 바닥에서 닭강정 먹을 줄은 몰랐네요."


재즈페스티벌 관람 시 챙겨가면 좋은 것들
1. 생수 또는 음료(500ml 이하 페트)
2. 바람막이 외투
3. 돗자리
4. 담요, 방석

*우비가 제공되지만 습기 차면 오히려 불편함.


열정적인 에픽 하이의 공연을 보고 난 뒤 세르지오 멘데스를 보기 위해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운동화 젖을까 봐 우산으로 가렸다. 하지만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공연 중간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재즈의 세계에 흠뻑 젖어들 수 있는, 서울재즈페스티벌. 원하는 공연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선이 길고 무엇보다 관람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서 아쉬웠다.


그렇게 재즈의 밤은 빗속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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