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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May 12. 2023

#27 멍 때리는 시간: 당리 브라운박스커피


2시간 동안 강의를 하고 나오는데 급 피로가 몰려왔다.


여고 수업은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한 탓일까.


드디어 끝났다... 근데 뭔가 아쉽네.


강의를 할 때마다 느끼는 시원섭섭함, 그리고 할 일을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이 따라온다.


멍 때리다가 내릴 역을 지나치고 말았다. 갈아탄 뒤 당리약 1번 출구로 나온다.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브라운박스 커피.


독서모임 통해 알게 되었는데 분위기가 아늑하고 마침 전시회도 열리고 있었다.


부산 살면서 아쉬운 것 중 하나가 문화공간인데, 가까운 곳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갑다.


베이글 세트를 주문하니 바질토마토 크림치즈를 듬뿍 발라준다. 카페일 하면서 지겹도록 만들고 먹었는데도 좀처럼 질리지 않는다.


편안한 분위기의 재즈 음악, 탁 트인 창가, 그리고 뒤편에 자리 잡은 주차장. 내가 원하는 요소를 골고루 갖추었다.


복잡한 세상을 살아내는 현대인에게 멍 때리는 시간은 꼭 필요하다.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듯이 온전히 내가 되어보지 않으면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영영 알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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