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수달 Jul 11. 2023

#29 비 오는 날엔 카페에 가야 한다: 녹산 엔브릿지


유하의 작품 중에 '바람 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라는 시가 있다.  왜 하필 '압구정동'인지는 실제로 그곳에 가보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젠 압구정동 대신 회사 근처 카페로 향한다.


올초에 오픈했지만, 출근길에 스쳐 지나가서 직접 가볼 기회는 없었다. 그러다 주말에 사무실에 갈 일이 생겨 브런치 먹으러 처음 방문했다.



입구에 전시된 소품처럼 실내도 온통 뉴욕풍, 아니 유럽풍에 가까웠다. 곳곳에 설치된 조명부터 테이블, 의자 등등. 거기다 사진 찍는 곳까지 있어서 색다른 재미를 경험할 수 있었다.


"브런치 가격이 생각보다 센데... 브런치 주문하면 음료도 할인해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여기 건물 짓는데 십억 넘게 들었대요. 여유자금으로 투자했지만, 회수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거예요."


카페 사장님이 건물을 인수받아 리모델링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예상외의 자본이 투입되었단다. 나중을 생각하면 커피 산업이 그리 나쁘진 않지만, 손익분기점을 찍거나 인지도가 생기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자본금이 적게 들거나 운영하기 쉬워 보인다는 이유로 초보창업자들이 선뜻 뛰어들지만, 가장 빨리 망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퇴직금을 끌어모으고 무리하게 빚내서 창업 경험이 거의 없는 분이 카페를 차린 적이 있다. 카페일에 자신이 없었기에 매니저 2명을 고용해서 전반적인 운영을 맡겼지만, 매니저끼리 업무 분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한 명이 그만두고 말았다. 직원으로 일하던 지인은 그들 사이에 끼여 눈치만 살피다 덩달아 그만두었다.



카페에서 가장 중요한 곳은 바로 카운터. 아무리 음료를 맛있게 만들거나 인테리어가 멋있어도 직원이 주문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이미지가 실추될 가능성이 크다. 예전에 일하던 카페에서도 주말에 직원들이 고객 응대를 제대로 하지 못해 컴플레인이 쏟아졌다.


"이건 어떤 음료예요?"

"덜 달게 할 수 있나요?"

"얼음 적게 넣어주세요."


손님들 취향에 따라 요구사항도 다르고, 특히 낯선 이름의 메뉴가 있으면 물어보고 주문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직원이 제대로 답을 해주지 못하면 매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


"손님이 물어봤을 때 무슨 맛인지 설명할 수는 있어야죠."

재료가 아깝다며 주문이 들어와야 제조해서 맛보게 하는 매장이 있었다. 그러나 신 메뉴가 들어오면 미리 만들어보고 맛을 인지하거나 레시피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요식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음식의 맛과 신선도이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선 스트레스받을 일이 많다 보니 맛있는 커피나 디저트로 위로받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카페에 사람들이 북적이거나 몰리는 것이다.


외근 가는 길에 잠시 들른 카페 엔브릿지 역시 개방감 있으면서도 공간이 분리되어 있어서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직원들도 대체로 친절하고, 음료도 전반적으로 평균 이상의 퀄리티를 유지한다.


비 오는 날엔 처진 어깨로 인상 쓰는 대신 카페에 가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