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바쁘니까 당분간 찾지 마."
방학을 맞이해 제주도에서 온 조카들이 또 보자는 말에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이번 휴가만큼은 이모도 장녀도 휴업하고 제대로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애삼이랑 휴가를 어떻게 보낼지 행복한 상상을 하며 열심히 계획을 세웠다.
1일 차: 부산에서 점심 먹고 카페 투어-나사 해수욕장-나사리식당-태화강 참숯가마-구수리 370-울산 남구 에어비앤비 체크인
2일 차: 체크아웃-울산 시내에서 점심-태화강 동굴피아-경주 주상절리
3일 차: 내원사 계곡-점심-카페-스터디 모임
4일 차: 다대포해수욕장 바다축제 참가
늦은 오후, 나사리에 도착해 바닷가에서 발만 살짝 담갔다. 파도가 높아서 그런지 제법 시원했고, 비로소 휴가라는 사실이 실감 났다.
세트 메뉴를 주문한 뒤 창가에 앉아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육회칼국수랑 부추전, 그리고 꼬막 충무김밥. 칼국수는 생각보다 매웠고, 부추전은 눅눅해서 식감이 살짝 떨어졌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도 배불리 먹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어디로 가볼까요?"
"카페 영업시간이 10시까지니... 찜질방 들렀다 카페에서 음료 마시면 될 것 같아요."
두 번째 목적지인 구수리로 출발!!
찜질방 건물에 주차한 뒤 내려다본 풍경. 해질 무렵이라 하늘이 너무 예뻤다. 스파랜드 분위기를 기대했지만, 찜질방 내부는 생각보다 편의시설이 부족했다. 한 시간 정도 푹 쉬다가 바로 건너편에 자리 잡은 카페로 향했다.
음료를 가지고 테라스로 가니 벤치에 앉아 있는 냥이. 주위에 풀이랑 벌레가 많아서 냥이들이 지내기엔 제법 괜찮은 곳이었다.
"작년엔 애기였는데 많이 컸네요."
벤치에 놓아둔 가방 사이로 숨어둔 녀석 덕분에 우린 구수리에서 재밌는 추억을 선물 받았고, 그 후 몇 번 더 방문했다.
주위를 환하게 비추는 달처럼 내 인생도 빛이 스며드길 기도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