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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Mar 07. 2024

#31 언제 떠나도 좋은, 가덕도


'오랜만에 가덕도 가서 브런치나 먹을까?'


내일 쓰려고 했던 반차를 업무 때문에 오늘 미리 쓰기로 했고, 날이 좋아서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졌다.


경주 다음으로 자주 방문한 장소가 아마 가덕도가 아닐까. 집이랑 가까운 데다 계절이나 시간대마다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항구와 인접한 데다 소소하게 둘러볼 곳도 생각보다 많은, 보물 같은 장소이다.


천성항 근처에 새로 생긴 브런치 카페 '테라비'에 도착한 뒤 주차했고, 바다 풍경을 찍은 뒤 매장으로 향하는데 처음 보는 여성들이 내 차 주위를 맴돌며 안을 들여다보았다. 의아하게 쳐다보자 '차가 너무 예뻐서 구경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속으로 '역시 초코를 알아보는구나.'라고 흐뭇해하며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드넓은 홀과 탁 트인 풍경이 맞이했다.


"약간 매운맛은 맵기가 어느 정도인가요?"

"신라면이랑 비슷해요."

"그럼 순한 맛으로 할게요."

맵찔이라 설마 하는 심정으로 물었는데, 내겐 약간 매운 정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바질오일 파스타와 오렌지 주스를 주문한 뒤 잠시 한숨을 돌렸다.


평일 오후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데, 상사한테 전화가 걸려왔다. 외국인 관련 업무를 물어봐서 내일 출근하는 대로 처리하겠다고 했다.


'아, 좋다. 그동안 일하느라 지치고 힘들었는데, 간만에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고 있네.'


3개월 간의 결산지옥을 치르면서 몸도 마음도 탈진이 되었고, 이번 달엔 반드시 휴가를 즐기기라 마음먹었던 차였다.



두 번째 목적지는 눌차도에 자리 잡은 정거 마을. 가덕도 입구에서도 차를 타고 십분 정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 그 사이 도로가 포장되어 있었고, 곳곳에 보수작업 중이었다. 여유롭게 마을을 둘러보며 주위 풍경은 달라진 게 별로 없었지만, 그걸 바라보는 나 자신이 변화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 모든 게 불안정하고 힘든 시기였는데... 잘 견디다 보니 이런 날도 오는구나.'


행정상으로는 부산시 강서구에 속하지만, 부산 시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 그런지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다. 곳곳에 바다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냥이가 달려와 격하게 반겨주기도 했다.



정거마을 외에도 대항 어촌체험마을, 천가동해안산책로, 외양포 일본군 포진지 등 다양한 유산을 간직한 가덕도. 정거마을에서 바라보는 진우도의 일몰도 제법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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