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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무지 없는 김밥

by 은수달


"단무지 빼고 참치김밥 하나 포장해 주세요."


퇴근 후, 분식집에 들러 김밥을 주문했다. 가리는 음식은 거의 없지만, 비빔밥이나 국수 위의 김가루와 김밥 안의 단무지를 별로 안 좋아한다. 특정 재료가 식감을 해치기 때문이다. 냉면에 식초나 겨자를 안 넣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어릴 적부터 입이 작은 데다 맵찔이라 엄마는 김밥을 작게 말고, 반찬은 싱겁게 해야만 했다.

"열심히 먹여도 살이 안 찌니 소용이 없네."

엄마는 삼 남매가 통통한 걸 보는 게 소원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비슷하게 먹어도 살이 덜 찌는 체질을 부러워한다.


대체로 향이 강하거나 이상하게(?) 생긴 음식을 못 먹는다. 생굴은 특유의 향 때문에, 참치회는 식감 때문에 멀리 한다. 대신 익힌 굴이나 통조림 참치는 잘 먹는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다. 어릴 적 배운 식성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엄마가 자주 해주던 음식을 대체로 선호하고, 성인이 된 후에도 잊지 못한단다. 엄마가 종종 해주던 나물이나 꽁치찌개 등이 가끔 그리운 걸 보면 맞는 말 같다. 외할머니가 즐겨해 주시던 부추전이랑 식혜도 비슷하게 흉내는 내지만, 역시 그분의 손맛이 최고다.


식사 중엔 가급적 휴대전화를 멀리 하고, 상대방과의 대화나 음식에 집중한다. 밥알 하나, 채소 한 잎씩 꼭꼭 씹다 보면 고유의 맛이나 향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앵무새 설탕에 에스프레소를 부어 천천히 녹여 먹으면 피로도 근심도 어느덧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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