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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수를 잘 만나면 직장 다니기 조금 수월해진다

by 은수달


"차장님, 계산서 발행일자보다 입금이 빠른 경우도 있나요?"

"잘 모르는 업체는 입금부터 확인하고 계산서 발행해 주는 경우도 가끔 있어요."


매출 세금계산서 내역을 확인한 후 통장 입출금내역과 비교해 보는 일을 맡으면서 가끔 의문이 생길 때가 있다.


계산서 발행일자보다 입금일이 빠른 경우, 금액이 딱 떨어지지 않는 경우, 업체에서 금액을 잘못 입금한 경우 등등.


대표님이 임대업도 병행하고 있는데, 업체 두 군데서 임차료와 공과금 내역 확인하고 제때 입금되지 않으면 직접 연락해서 수금을 요청하는 일도 맡게 되었다.


거기다 근태계 및 급여명세서 작성, 식사인원 체크, 각종 교육, 보험, 외국인 비자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어서 손에 익히기까지 시간이 제법 걸렸다.


입사 초기엔 차장님이 텃세를 부리는 데다 대표님과 부장님이 업무 지시를 명확하게 해주지 않아서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

'정확하게 알려줘야 빈틈없이 처리하지. 대강 알려주고 알아서 척척 하라고 요구하는 건 너무하잖아.'

하지만 불평해 봤자 나만 안 좋은 이미지로 찍히거나 손해라는 생각에 처음엔 묵묵히 시키는 일만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는 늘어갔고, 좀 더 복잡해졌다. 부장님이 입금을 독촉하는 바람에 엉뚱한 업체에 입금해줘서 돌려받은 적도 있고, 부장님이 실수한 걸 내가 덮어쓴 적도 있다.



그때마다 상황을 바로잡고 차근히 알려준 건 바로 차장님!!


이십 대 초반에 사회생활 시작해서 우리 회사에서 근무한 지도 십 년이 넘었다. 그래서인지 웬만한 일은 능숙하게 처리해 내는, 베테랑이다. 하지만 가끔 차장님도 실수할 때가 있고, 무엇보다 간식에 약하다. 처음에 나한테 경계심을 품었을 때 적극적으로 일을 도와주며 간식 공세를 했더니 이젠 웃으면서 '오늘은 빈 손이네요.'라며 새로운 간식을 기다린다.


대학원 공부하느라 직장생활을 비교적 늦게 시작했지만, 이십 대 초반부터 과외, 번역 등 각종 알바를 하면서 사회를 경험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이젠 웬만한 상황엔 당황하지 않을뿐더러 일이 몰려도 순서를 정해 차분히 해내는 편이다.


만일 능력 있고 협조적인 사수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지금쯤 이직했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직장을 다니고 있지 않을까.


언젠가 나도 누군가의 사수가 된다면 지금 내 곁의 차장님처럼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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